(경제)”물가 vs 경기 ‘균형’ 잡아야”..이창용 금리 인상 속도에 쏠리는 눈

청와대는 지난 23일 후임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이주열 총재가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 후보자의 당면 과제로 통화정책의 균형을 꼽는다.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너무 빠른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구체적인 통화정책 시각은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발언을 볼 때 경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 전문가들 “물가·경기·금융 모두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경제 환경을 맞닥뜨렸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는 11년 만에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 18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 주요국 긴축 전환이라는 대외 여건 등을 동시에 겪고 있다. 한은은 물가와 금융 불안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자칫하면 이 때문에 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딜레마에 서 있다. 한은 총재는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겨레>에 “자산 버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주요국 긴축 전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양극화 심화 등 경제·금융 복합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물가 상승,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 가능성에 금융 안정 문제까지 심각하다”며 “이 후보자가 여러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한은 금융통화위원)는 “교역조건 악화로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올라가지 않을 수 있는 반면, 물가는 과거와 다르게 상승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사이의 균형이 이 후보자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 인상 속도조절 나설까 이 후보자가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을 보여주며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율해나갈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경기가 금리 인상을 버틸 만큼 회복됐다는 판단 아래 물가와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두는 긴축 행보를 이어왔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볼 때, 기존 한은의 행보보다 ‘경기 부담’을 조금 더 신경 쓸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아시아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만약 이 후보자가 ‘주요국에 비해서는 우리 경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낮고, 경기 회복세는 더디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경우 너무 급격한 긴축은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에 “이창용 후보자가 취임 후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과거 발언으로 미뤄보면 경기 위축 우려로 무리한 대응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다”며 “올해 2분기와 3분기에는 한 차례씩 금리 인상을 하겠지만, 연말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2.0% 도달하는 것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을 고민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평소 한국 경제에 대해 재정 확대 등 단기 경기 부양책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온 점도 중장기 통화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이 후보자가 재정의 비효율적인 지출을 비판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적정 수준보다 금리를 너무 낮게 가져가는 ‘돈 풀기’는 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거시경제에 대한 시각이 종합적으로 이 후보자가 생각하는 적정 금리 수준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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