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자재가 급등+엔화가치 급락..日, 고질적 저물가 탈출하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화 가치 급락이 맞물리면서 일본이 고질적 저물가를 탈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발간, “일본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일본 경제가 고질적 저물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40%, 29% 급등했다. 특히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등 원자재 공급이 제한되고 있어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탄소중립정책 등으로 일부 산유국에서 원유 생산 투자가 감소해 글로벌 원유 공급이 단기 내에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엔화 가치는 주요 선진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지난 28일 기준 연초 대비 12% 급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장기국채 무제한 매입을 지속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 및 유럽의 통화긴축 기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일본 경제가 고질적인 저물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그간 일본 경제의 저물가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수용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기업들이 직면한 비용 압박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의 가격 결정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원자재 가격 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에너지 가격 충격 등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증가는 엔화 강세에 의해 일부 상쇄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엔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비용 압박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대응한다면 일본 경제는 저물가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동안 코로나19 여파로 누적된 가계 저축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가계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일본 경제 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되어 실질금리 하락에 따른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도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이 어느정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면서 “저물가를 탈출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일본 엔화의 약세흐름이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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