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도 채권도 불안..글로벌 IB 현금 쌓는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식과 채권 모두 가격 하락 위험이 높아지면서 투자보다는 현금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산 중 현금 보유량을 50% 이상 늘렸다”며 “현금 비중이 지난 몇 년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리더 CIO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짧게는 향후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일은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4월 펀드매니저 설문 조사에서 현금 보유 비중은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때 단기 자금이 몰리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프라임 MMF 시장 규모는 2월 말 1460억달러에서 지난달 1930억달러로 커졌다.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MMF는 주로 단기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기업어음에 투자한다. 금리 인상기에는 금리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BOA는 현재 0.25~0.5%인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초에는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S&P500 지수의 배당수익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BOA의 권오성 투자전략가는 “현금 수익률이 3%라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의 가우라브 말릭 수석 투자전략가는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감안하면 지금은 현금이 최고”라며 “연초보다 현금 보유 비중을 50%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채권 금리가 물가상승률 기대치만큼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시 무위험 수익이 가능해졌다. 지난 20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2.98%까지 올라 10년 후 물가상승률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10년 만기 물가연동 국채 금리 차이를 계산해 산출하는 10년 후 미국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2.92%였다. 채권을 만기 보유하면 물가상승률 이상의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채권 투자로 무위험 수익이 가능해진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 가격 하락 위험이 있지만 현금을 묵혀 둔다는 생각으로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기에는 좋은 환경이 된 셈이다.

대형 은행들도 투자보다는 현금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 1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에 대손충당금을 9억200만달러 늘렸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투자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을 뜻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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