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하다하다 은행까지 횡령을?”..횡령 사고 왜 반복되나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이 6년간 500억원 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2.4.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서상혁 기자 = 우리은행에서 614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시중은행에서 6년에 걸쳐 수백억원대 횡령이 벌어지고, 범행을 저지른지 10년이 되도록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29일 경찰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기업개선부 차장 A씨가 2012년부터 2018년부터 6년에 걸쳐 약 61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자금을 인출했으며, 2018년 마지막 인출 이후엔 계좌를 해지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A씨의 범행이 지금에야 드러난 것은 횡령 자금이 미국 제재에 묶여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대금의 일부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파기되고 제재에 묶여 대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며 매수자인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계약금 578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매매대금 관련 이견으로 계약이 파기됐다.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은 지난 2015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합해 돌려달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제기했고 2019년 우리 정부가 패소했다.

우리은행은 이란 다야니가문에 돈을 돌려줘야 했으나, 미국 제재로 이란으로의 송금이 막히면서 해당 자금을 계속 관리해왔다. 올해 초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특별 허가서를 받아 이란으로의 송금길이 열렸고, 우리은행은 이번에 송금을 위해 계좌를 확인했다가 A씨의 범행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예치금 반환 준비 과정에서 해당 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27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당일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직접 자수했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전날 오후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발견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손실금액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이 6년간 5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2.4.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중은행에서 600억대 횡령 ‘이례적’…”내부통제 구멍 드러나”

최근 금융권 뿐 아니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수백억대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이 만연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본점에서 수백억원대의 횡령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자금 회수도 문제지만, 은행원의 횡령은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2005년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면목남지점에선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공금 400억원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2013년에는 KB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파는 수법으로 90억원가량 횡령한 일도 있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는 Δ사기 8건(6억8000만원) Δ배임 3건(41억9000만원) Δ횡령·유용 16건(67억6000만원) 등이었다.

이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자금관리부서팀장으로 재직하던 이모씨가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렸다가 재판을 받고 있고 Δ계양전기(246억원) Δ강동구청(115억원) Δ클리오(22억원) ΔLG유플러스(수십억원) 등에서도 횡령사고가 났다.

전문가들은 횡령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로 ‘내부통제 부실’을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한 명이 거액의 자금을 횡령하는 건 은행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으나,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금융당국의 감독도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감사나 금융당국 검사는 결국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하다보니 모든것을 다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동흠 회계사는 “횡령 사건이 자꾸 발생하는 것은 결국 내부통제 문제”라며 “조사를 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절차를 잘 따르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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