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SKT·LG이노텍·S-Oil..외국인들 셀 코리아에도 실적株는 ‘찜’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엑소더스’가 심상찮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27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2%(651조5230억원)로 2009년 9월 8일(31.08%)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말 외국인 지분율(33.55%·739조3180억원)과 비교하면 2.4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 현상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상장사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가 확인되면서 신흥국까지 그 여파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환율도 악재로 작용했다. 올 초 달러당 1190원대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 27일 기준 1265원으로 올 들어 6% 이상 급등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주식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매도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강한 매도 우위 분위기에도 외국인이 담은 종목이다.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비중을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종목의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셀 코리아’가 본격화된 3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리스트를 살펴보면 SK텔레콤, S-Oil, KT, 삼성엔지니어링 등 실적 개선과 배당 매력이 높은 종목과 현대중공업, 고려아연, 한국항공우주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주가 상승 호재가 있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베팅

▷배당 확대 기대주 적극 투자

국내 주식 덜어내기가 이어진 와중에도 외국인 주머니를 열게 한 종목은 뭘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4월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텔레콤이다. 삼성전자(-4조9159억원), SK하이닉스(-9071억원), LG에너지솔루션(-7326억원), NAVER(-5596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대거 던지면서도 SK텔레콤은 31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텔레콤에 외국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통신업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부문을 SK스퀘어로 떼내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통신업(이동통신+미디어) 매출 비중은 지난해 83%에서 분할 이후 올해 96.1%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5G, IPTV 등 양질의 가입자 증가와 시장 안정화, 비용 절감 효과 등에 힘입어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통신 업종 경쟁사인 KT(2290억원)도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겼다. KT는 본사와 자회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올 1분기 10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 개통 대수 정체와 단말기 유통 재고 감소로 영업비용이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정제마진 상승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S-Oil(2511억원)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S-Oil은 올 1분기 매출액 9조2870억원, 영업이익 1조32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8%, 영업이익은 111.7% 증가했다.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정제마진이 1월 첫째 주 배럴당 5.9달러에서 4월 넷째 주 18.67달러까지 치솟은 결과다. 높은 배당 성향도 매력적이다. S-Oil은 2022년에도 배당 성향 30%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1884억원)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한 2조1634억원, 영업이익은 62.6% 증가한 1744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요인 없이 만들어낸 호실적이다. 화공, 비화공 부문의 고른 매출 호조와 이익률 안정화, 판관비 감소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전장부품 대장주 LG이노텍

▷현대重, MSCI 지수 편입 호재

외국인은 긍정적인 주가 이벤트를 품에 안은 종목에도 눈독을 들였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LG이노텍(2745억원)을 비롯해 MSCI 지수 편입이 예상되는 현대중공업(2505억원), 우주 산업 육성 기대감이 높은 한국항공우주(1659억원) 등이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겼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의 사물통신(V2X) 기술을 보유해 광학 기술과 통신 기술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전장부품 업체로 평가받는다.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 20여개에 공급할 전망이다.

연초 국내 주식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외국계 증권사들도 LG이노텍만큼은 예외로 할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매입 대상에 올랐다. 실적도 좋다. LG이노텍은 올 1분기 매출 3조9517억원, 영업이익 367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7%,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것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5월 13일(리밸런싱은 5월 31일)로 예정된 MSCI 반기 리뷰에서 신규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힘입어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MSCI 지수에 신규 편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총이 2조9000억원 이상이고, 유동시총이 1조4000억원을 넘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여유롭게 기준을 충족해 MSCI 편입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는 우주항공 산업이 차기 정부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남 사천에 한국판 ‘나사(NASA)’ 역할을 하는 항공우주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항공우주는 발사체 제작 전용 공장을 비롯해 위성의 설계·제작·조립·시험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센터를 설립·운영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무기 수요가 급증한 것도 호재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멘 반군의 사우디 정유 시설 공격 등으로 주요국들의 방위력 강화 수요가 확대되며 가성비 좋은 한국 방산 업체들의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담은 코스닥 종목은?

베인에 인수된 클래시스 집중 매수…엔터주도 관심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서 점찍은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지난 3월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클래시스다. 무려 6807억원어치를 집중 매수하며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최근 베인캐피탈에 인수되면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클래시스는 ‘슈링크’라는 초음파 리프팅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미용 의료기기 업체로,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월드투어 재개와 탄탄한 신인 라인업을 보유한 JYP Ent.(1310억원)도 외국인 러브콜을 받았다.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팬덤 규모가 과거 대비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콘서트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 에스엠(441억원)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251억원)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엔터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컴퓨터 보안 업체인 안랩(1244억원)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이 총리 고사 의지를 밝히면서 주가가 내림세를 탔으나,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하자 안 위원장이 다시 총리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 밖에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엘앤에프(1102억원), 국내 1위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업체 비에이치(995억원),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업체 테스나(271억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를 생산하는 이녹스첨단소재(261억원) 등 IT 업종 가운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7호 (2022.05.04~2022.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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