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안전관리자 문턱 높인다..인력난 심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수요가 급증한 안전관리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관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함으로, 기존 안전관리자 자격에 ‘현장 경험’을 추가할 방침이다. 산업계에선 가뜩이나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리자의 문턱을 높이면 인력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안전관리자 자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내고 법적 근거 검토에 나섰다. 안전보건공단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연내 구체적인 안전관리자 기준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전관리자의 역량을 강화해야 중대재해 사고 등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을 통해 안전관리자의 자격 요건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안전관리자 자격에 ‘현장 경험’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현행법이 규정한 안전관리자 기준이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안법에 따르면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자격증 취득, 4년제 대학 산업안전 관련 학과 졸업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이같은 조건이 학력·자격증에 편중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안전관리자 자격으로 산업현장 생산분야 경험 등을 더해 전문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안전관리자 문턱이 높아지면 인력난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수 5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과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갖춰야 한다.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앞다퉈 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는 이미 안전관리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는 현재 공사비 80억원 이상 현장에 한정됐지만 올 7월과 내년 7월부터 각각 공사비 60억원, 50억원 이상 현장으로 확대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자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몸값까지 치솟아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채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안전관리자 인력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기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안전관리자) 자격 기준 강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 중인 사안으로 시행 시점은 2~3년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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