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檢, 삼성·산업부 임기말 사정수사..尹코드·청부수사 맞나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고발한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웰스토리를 약 9개월 만인 28일 압수수색했다. 서울동부지검도 2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고발이후 3년 2개월 만에 지난주 세종시 산업부 청사에 이어 이날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현 정부 임기말 돌연 권력 및 대기업 사정수사에 착수하면서 배경을 놓고 각종 해석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친정부 성향의 검찰 고위직이 부임해 주요 사건을 뭉개면서 ‘권력 수사의 무덤’으로까지 불린 서울중앙지검 및 동부지검이 사정수사에 앞장선 대목도 주목을 끈다. 여권에선 정권 교체기 검찰의 윤석열 당선인 ’코드수사’ ‘청부수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주일 새 2차례 ‘압수수색’ 영장청구… 기업수사 신호탄?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공정한 시장 경제”를 강조했다. 2021.12.1. 뉴스1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지난주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지 약 일주일 만에 재차 영장을 청구해 이날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시작됐는데, 진행 상황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 4곳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 삼성웰스토리에 주요 계열사들이 사내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과도한 이익률을 보장했다는 혐의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초 검사 2명에게 이 사건을 맡겼다가 추가로 4명을 파견 받아 수사규모를 확대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2개 팀, 검사 9명에서 현재 3개 팀, 검사 15명으로 몸집을 키워 청사 내 최대 규모가 됐다. 이날 영장 재청구끝에 삼성전자 본사까지 압수수색한 만큼 법조계에선 “검찰이 일감 몰아주기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사이에 연관성을 조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본건 수사와 관련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고발된 혐의에 대해 엄정하고 치우침 없이 (수사) 진행하고 있다”면서 “압수수색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법원의 영장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 상징인 삼성을 겨냥해 연달아 두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뒤, 대대적인 기업 사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확대해석을 일단 부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제 수사 자료를 모으는 단계인데,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발 3년 만에 수사 속도… “尹 코드 맞춘다” 비판도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도 같은 날 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 4곳을 압수수색하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019년 1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이 “산업부가 한전 자회사 네 곳을 포함해 산하기관 사장 8명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 했다”며 고발장을 낸 사건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백운규 장관 등 산업부가 산하 공공기관에서 전 정권 인사들을 사퇴시키고, 그 자리에 현 정권 측 인사들을 채용하기로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2019년 1월 공개한 산업부 산하기관 기관장들의 사표 제출 현황. 연합뉴스

산업부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 3년 만에 수사 속도가 붙고, 삼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일각에선 “선거가 끝난 뒤 윤 당선인에 코드를 맞추려는 수사”라는 평가도 있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대표적 ‘특수통’으로 기업 반부패 사건을 주로 다뤄왔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검찰이 반부패 수사 성과를 보이려 한다는 해석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에 위배되고 우리 경제체제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확실한 변화를 공약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산업부 수사와 삼성웰스토리 수사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을 뿐, 반부패 수사 강화 등 특정 방침이 있다는 건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선 검찰의 정무적 고려를 의심하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부 수사”라며 “검찰이 대선이 끝났다고 기다렸다는 듯 끄집어냈다. 추가 물증, 정황은 없다. 달라진 건 정치보복 공언했던 윤 당선인 당선됐다는 점 하나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야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장동 전면 재수사 압박을 피해 여론의 눈을 돌리려고 캐비닛에서 뒤늦게 사건을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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