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독] 학교 앞 잇단 ‘납치 괴담’.. “코로나 사회의 단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 단지 내에 붙은 안내문,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송한 알림, 경기 평택시 한 유치원에서 보낸 공지.

최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생 등에 대한 ‘유인 범죄’를 주의하라는 안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범죄 실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사례도 많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상 회복으로 대면 접촉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긴장감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월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2건의 사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조사를 벌인 결과 ‘오인 신고’로 결론 지었다.

해당 사건은 잠실 일대 ‘초등학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납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경우였다. 인근 초등학교도 ‘수상한 여성이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데리고 가려고 한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공지를 학부모 알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파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끝에 2건 모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는 아이의 말을 들은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소문이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목된 사람을 파악하고 다방면으로 수사했지만 범죄 연루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도 지난 4월 ‘납치 괴담’이 퍼졌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여러 곳에서도 학부모들에게 ‘유괴 시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알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은색 승합차에 탄 남성이 “이벤트에 당첨돼 게임기를 주겠다”며 아이들을 유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교사의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범죄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문들은 실제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경찰 조사 결과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두고 그간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굳어져 있다가 대면 접촉이 잦아지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것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회 전체가 대인 관계에 예민해졌다”며 “특히 학생들이 오프라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불안감과 교사의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주의가 필요한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는 30대로 추정되는 남성 A씨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B군을 유인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입수했다. A씨는 하교 시간인 오후 4시쯤 아이에게 접근해 “가방에 포켓몬 띠부띠부씰(스티커)이 있는데, 놀이터에 세균이 많으니 화장실에 가서 같이 손을 닦자”며 유인을 시도했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가 잇따르고 시민 불안감이 높아져 사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 적응력이 떨어진 아이들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낮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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