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법조계에 물어보니 ㊴] 공무원에 한정 ‘구하라법’..언제 민간까지 적용될까?

故 구하라 ⓒ공동취재단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공무원에게만 적용되자, 법조계에선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민간 영역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구하라법은 그룹 카라 멤버였던 故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후 20년간 구씨와 교류하지 않았던 친모가 유족들에게 구씨의 유산을 요구했고, 이 같은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졌다. 지루한 법리 다툼 끝에 지난해 12월 진행된 구하라 친모와 오빠 구 씨의 재산 분쟁은 재판을 통해 4대 6 비율로 분할됐다. 전문가들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적게 준 걸로 보이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2021년 7월에는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이 통과됐다. 故 강한얼 씨 소방관의 유족 급여를 요구한 생모의 사연이었다. 강한얼 씨 언니 강화현 씨는 유족 연금을 가져가기 위해 32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강한얼 씨를 21개월 길렀다는 이유로 재산을 15% 분할받았다고 밝혔다. 강화현 씨는 “21개월도 15%인데 8, 9년 키우고 버린 엄마는 얼마나 떳떳하겠느냐. 법이 바뀌었는데도 상식적인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 연금법·공무원 재해보상법)은 민간 영역이 제외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간까지 적용되는 구하라법은 아직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현진 변호사는 “상속인의 결격사유와 관련해선 엄격하게 해석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게 해석하는 상황이 있다”며 “대법원 입장이 국민의 가치관에 부합해 기초한 판단이라고 전제하면 상속인의 결격사유는 입법단계에서 좁게 해석하거나 공무원에 한정시켜 법을 시행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무원 구하라법에 따르면 사망한 자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을 경우 양육 의무 또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가 연금의 지급을 청구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이때 공무원 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서 연금 지급 여부, 연금 지급시 어느 정도 비율로 감액 조정을 할 지 살펴보고 연금 지급 여부 및 금액이 결정될 수 있도록 규정됐다.

홈즈 법률사무소의 하서정 변호사는 “일본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대상으로 학대하거나 비행을 저지를 경우 상속인을 결격하는 폐제청구를 할 수 있고, 상속인이 동순위 상속인을 살인하거나 상해할 경우 결격사유를 규정해놨다”며 “한국에 비해 결격사유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 대만도 구하라법과 비슷하게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유기하거나 학대한 경우 상속재산분할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보다 조금 더 사유를 넓힌 케이스”라며 “한국은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사유가 좁은 편이고, 이런 입법이 해외에서도 있기 때문에 입법을 할 때 충분히 고려해 입법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언 변호사는 “민간에게 적용되는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비슷한 사례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다”며 “입법관계자분들이 법적 안정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민간을 위한 법이 없어 법적 불안정성만 가중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법학자들이 보는 관점과 국민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며 “국민의 권익 증진을 위해서라도 (입법 관계자들이) 협의해서 민간에게 적용되는 구하라법을 통과시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간으로 확대되는 구하라법이 개정되더라도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구하라 모친에게 상속된 것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구씨 측은 다른 억울한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법 통과가 이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구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공무원에게만 이 법이 적용된다는 것이 참 아쉽다. 왜 민간인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사회가 변해야 한다. 시대에 뒤처진 법을 바로잡는 것이 사회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