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친절한 뉴스K] 수원 세 모녀의 비극..또 다시 드러난 ‘사각지대’

[앵커]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건강보험료가 밀려 지자체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구조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는데요.

복지 사각지대가 왜 없어지지 않는 건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기억하십니까.

집 주인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이 든 봉투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이 비극을 또 다시 마주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세 모녀가 “살기 너무 힘들다”며 세상을 등졌는데요.

우리는 왜 이들의 위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수원의 한 가정집입니다.

비극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집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지난달까지 (월세는) 꼬박꼬박 잘 내셨고요. 이번 달만 안 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머니와 두 딸은 모두 난치병을 앓고 있었는데요.

건강보험료가 1년 넘게 밀릴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이들의 주소지 관할인 화성시에 보험료 체납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모두 7차례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에야 관할 관청은 이들을 복지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안내 우편물도 보내고 주소지로 찾아가기도 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주민등록상 주소는 화성인데, 실제로는 수원에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담당 공무원은 이들을 만나지 못했고,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음성변조 : “(주소지에서) 한 분 만나고 왔는데, 그 분 말로는 ‘자기 아들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소만 (등록) 해놓고, 연락처도 모르고 거주도 하지 않았다’고….”]

화성시는 현장조사 뒤에 이들을 연락두절로 인한 위기가구 발굴 ‘비대상자’로 분류했습니다.

채무 문제 등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주소지만 달리 해도 이렇게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이들 모녀는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상담하거나 신청한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가 해마다 복지 대상자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지만, 사망 의심자나 장기결석 학생 등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조사 자체가 줄어 위기가구 파악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음성변조 : “통장들에게 거주 여부 확인을 요청 드리고. (그런데) ‘이 분이 살지 않는다’ 넘어온 거는 없다는….”]

이번 비극을 계기로 정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취약계층의 소재 파악 방안을 마련하고, 건보료 체납, 단전, 단수 등 현재 34가지인 위기 정보를 39가지로 늘려 더 촘촘하게 파악한다는 방침입니다.

지자체에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찾아낸 ‘위기가구’는 4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전담 인력은 같은 기간 2배 느는 데 그쳤습니다.

한 명이 담당하는 위기가구 수가 많다 보니 세심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위기 정보) 개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다 예방이 예방이 될 수 있는 차원은 아니고, 이미 사후에 보게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복지 공무원뿐 아니라 집배원이나 동네 약국 등 주변 이웃들이 함께 밀착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수원 세 모녀처럼 월 5만 원 이하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밀린 ‘생계형 체납’은 73만 가구가 넘습니다.

1년 이상 거주지가 파악되지 않아 ‘거주 불명자’로 등록된 국민도 24만 명이 넘습니다.

더 이상의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고립된 위기 가구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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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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