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한덕수 총리, 김대기 비서실장이 모피아라고?”[세종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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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09.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오르면서 “모피아가 경제라인을 독식한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대표적 인물로 거론된다. 그런데 한 총리와 김 실장은 정말 모피아일까?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통상 재무부 또는 재정경제부 출신을 뜻하고, 좁게는 금융정책(금정) 라인에서 요직을 거친 관료를 의미한다. ‘엘리트 금융 관료’라는 의미와 함께 관치를 일삼고 암암리에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라는 부정적 의미가 함축된 단어다.

문제는 최근 재무부 또는 금융정책 라인과 전혀 무관한 인물들까지 모피아라고 도매금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총리와 김 실장이 그런 사례다.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구분이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정부 경제라인에는 이른바 ‘모피아 출신’과 ‘경제기획원(EPB) 또는 기획예산처 출신’ 간 강력한 라이벌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1948년 출범한 재무부와 1961년 만들어진 EPB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통합 부처인 재정경제원을 출범하기까지 30년 넘게 재무부와 EPB는 개별 부처로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했다.

재무부의 핵심 영역은 ‘금융정책’과 ‘세금제도(세제)’다. 대개 재무부 출신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며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하다는 특성이 있다. 과거 재무부 출신 인사가 퇴직 후 대거 정계·금융권에 진출해 전·현직 재무부 인사가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면서 모피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재무부와 EPB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가 2000년을 전후해 기획예산처(1999년 출범)와 재정경제부(2001년 출범)로 다시 분리되면서 모피아의 명맥은 재경부로 이어졌다. 이때 ‘금정라인’으로 불리는 금융정책국 출신들이 오늘날 정통 모피아로 분류된다.

과거 정부에서 정통 모피아로 꼽힌 인물은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재무부 증권국장·금융국장,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등 역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역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등 역임) 등이 있다. 현 정부에서는 재경부에서 은행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재정경제부에서 증권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냈다는 점에서 모피아로 분류된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새로 마련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5.10.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기획원에서 기획예산처로 이어지는 EPB의 핵심 영역은 ‘예산’과 ‘기획’이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데다 경제정책을 기획하는 역할까지 맡아 타 부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PB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능하고 △개혁적 성향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 정부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김대기 실장이 바로 이 EPB 출신이다. 한 총리는 EPB에서 정책조정국 조정2과장 등을 지낸 후 한국은행을 거쳐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획관리실장 등으로 활동했다. 김 실장은 EPB에서 경제교육조사과장 등을 거친 뒤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재정운용실장 등을 지냈다.

한 총리와 김 실장 모두 EPB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라이벌에 해당하는 모피아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주요 부처 장·차관을 맡은 다른 기재부 출신 인사를 살펴보면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의 경우 재무부 세제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기재부에서 예산실장·2차관을 역임하는 등 예산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모피아로는 분류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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