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돈"…고물가에 출근 재개한 직장인들 한숨

치솟은 점심값에 편의점·카페로…기름값 아끼려 자전거 통근
‘일상악화’ 또 다른 단면…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 겹쳐 “암울”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안정훈 기자 = 최근 재택근무가 끝난 직장인 조모(28) 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바로 회사 근처 카페로 향한다.

예전에는 용돈 절약을 위해 간단한 메뉴로 ‘혼밥’을 자주 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부담스러워져 카페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서 일하는 조씨는 “요새 한 끼에 만원은 기본인데 카페에서 사 먹으면 거의 반값이다. 오미크론 이후로 거의 이렇게 먹고 있다”면서 “주변에는 식비를 아끼려고 점심을 안 먹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거리두기 해제로 사무실 출퇴근이 재개된 직장인들은 이전보다 경제 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물가와 금리 상승 분위기까지 겹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김모(28) 씨는 “재택근무를 할 땐 직접 밥을 해 먹었는데 매번 사 먹으려니 부담이 된다”며 “주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고 식당은 상사들과 밥 먹을 때만 어쩔 수 없이 간다”고 말했다.

광고 회사에 있는 A씨도 “오랜만에 출근했는데 그사이에 회사 주변 밥집 물가가 1천∼2천원은 오른 것 같다. 커피 한잔까지 하면 최소 1만5천원은 쓰게 된다”면서 “재택할 땐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지금은 움직이고 숨 쉬는 게 다 돈이다”라고 토로했다.

‘카공족’이었다는 이모(31) 씨는 “예전엔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평균 가격이라고 느껴진다”며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카페를 잘 안 가게 되고 도시락을 싸서 다닌 지는 한 달이 넘었다”고 말했다.

인턴 직원인 이모(26) 씨는 “식비를 아끼려 도시락을 쌀까도 생각했지만 식재료 물가도 올라 내용물이 부실할 수밖에 없더라”며 “회사 선배들이 자취생에 인턴인 처지를 고려해 밥을 사주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비도 문제다. 그동안 치솟은 기름값에 놀라 운전대를 놓거나 지하철·버스 요금도 아끼려 자전거 통근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B씨는 “원래 6만원 정도면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4분의 3 정도만 찬다”며 “차를 끌고 다니는 대신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사는 박모(25) 씨는 “퇴근길이 11㎞ 정도 되는데 교통비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면서 “수입을 늘릴 생각에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 등 투잡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기도 한다. 조씨는 “재택 할 때 외출을 안 하다 보니 살이 많이 쪄서 예전의 옷이 안 맞아 이번에 30만원어치를 새로 샀다”고 했고, 고모(26) 씨는 “취업하고 처음 맞는 여름이라 이전보다 옷 구매가 늘었는데 물가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주식 등 재테크 수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걱정이다.

IT 업체에 다니는 김씨는 “전세대출 금리가 중소기업 우대 등 적용하면 1%대였는데 지금은 배 이상으로 뛰었다”며 “이사를 계획했다가 엄두를 못 내고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20대 직장인은 “출근지가 멀어 방을 구해야 하는데 전세대출 이자를 계산하다 보면 지출을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 재테크를 하는 김모(26) 씨는 “주식이 요즘 하락장이라서 암울하다. 다시 팔지도 사지도 못하고 있다”며 “신용대출을 받았던 선배들은 요새 얼굴을 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rbqls12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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