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강 대 강 국면, 4월 국회서 검찰개혁 가능할까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홍근 의원이 3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승산은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감동을 주고 최대한으로 싸워보려 한다. 솔직히 윤석열이 이렇게까지 죽을 쑬지 알았나. 정말 정치는 한치 앞도 알기 어려운 것 같다.”

지난 3월 30일 기자와 통화한 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아직 새 정권이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강 대 강’ 국면으로 나가는 상황에 대한 의견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포기할 명분도 없지 않나.”

새로 선출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一聲)은 “4월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였다. 당 대표격인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수차례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검찰개혁 완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 임기 내’를 강조하는 건 당장 새 정부의 ‘사법개혁’ 정책으로 검찰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로 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반대 방향으로 가리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 정부 임기 내에 검찰개혁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시사평론가·정치컨설턴트·정치학자 등은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주당이 4월 중 검찰개혁 완수에 올인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유창선 시사평론가)이라는 진단이 대부분이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 밖으로 거의 노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 임기 내 검찰개혁 완수 가능할까

“지금 상황을 보면 강 대 강의 대치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공천과 관련해 특정 후보에 이재명 고문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선 패배한 후보가 조기등판하면 어쩔 수 없이 강경 대치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어수선한 분위기일 것이다. 서로 상대를 더 공격할 것으로 본다. 윤석열 당선인은 허니문 기간이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지난 3월 30일 오후 통화한 정치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날 오전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의 ‘대선평가 경청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민주당 내부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이날 초선의원 모임 토론회에서도 감지됐다. 초선의원 모임은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에도 민주당 반성과 쇄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줌(zoom)미팅 형식으로 의원들이 참가했지만 이날 토론회는 외부에 공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오프라인으로 열린데다, 발제만 공개하고 의원들이 참여하는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유 대표는 ‘허니문조차 허용하지 않는 첨예한 진영대결 국면’을 두고 “우리 정치가 완전한 포퓰리즘 시대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문제를 가지고 서투르게 대응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진영대결이 흐트러지지 않고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극단적인 대결상황이 선거 이후에도 유지되는 건 한국정치만 경험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흐름이다. 문제는 민주주의 제도나 시스템의 측면에서 볼 때 이게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프레임만 남는다. 메시지나 정책이 공론화될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내편’과 ‘네편’이라는 프레임만 남아 있기 때문에 강 대 강의 대결정치 시대는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안 좋은 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 불평등이나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대결만 남는, 대선의 연장선에서 네가티브 프레임만 강하게 작동하는 식으로 가기 때문이다.”

새로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의 일성이 ‘검찰개혁’ 또는 ‘언론개혁’ 완수와 같은 메시지로 모아지는 까닭은 뭘까.

일단은 강성팬덤의 요구다. 대선 직후 주말부터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는 민주당개혁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내건 구호는 ‘검·언개혁만이 민주당이 살길’이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사퇴 및 ‘협치’ 주장 뒤에 숨는 민주당의 ‘수박’ 의원들을 규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집회 현장에 참여한 20대 여성들, 이재명 지지를 표명한 ‘개딸들’의 목소리도 주목을 받았다. 대선 막판 이재명 지지에 동참한 모임인 ‘더쿠’, ‘여성시대’의 게시판을 중심으로 민주당 전체 의원실에 전화를 돌려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다음 정리해 발표하는 압박운동도 벌어졌다. 이런 압박운동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 강성지지자들이 요구하는 대의(大義)에 반론을 펼 수 있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

지난 3월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민주당 개혁촉구 집회에 참석자들이 언론개혁·검찰개혁·사법개혁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안진걸 촬영

■강성팬덤 요구, 국민 눈엔 어떻게 비칠까

그런데 검찰개혁 완수, 검수완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운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국 사태 국면에 이어 이른바 추·윤 갈등 시기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주장을 펴는 온라인 시민단체가 있었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이었다. 이들은 지금 ‘4월 중 검수완박 완수’ 주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다.” 당시 ‘검수완박’ 운동을 주도했던 최인호 대표의 말이다. “도(道)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도라고 할 수 없다” 정도의 뜻이다. ‘검수완박’을 내걸고 국회의원 압박운동을 펼친 파란장미시민행동은 말하자면 이 단어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지금의 검수완박과 자신들이 추구하던 검수완박이 다르다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굳이 따지면 우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초반 곽상도 의원이 검수완박의 원조다. 곽 의원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개시권과 주요 6대 범죄 수사권 자체를 폐지하는 검찰청법 제4조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 법안이 사실상 99% 검찰수사권 완전폐지 법안이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 등 민주당 쪽 세력은 그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관심법을 동원해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신들이 주장하면 보편적 정당성을 가진 것이고, 상대방이 주장하면 음험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당시 조국 민정수석 등이 단호히 거부했다. 야당 위치로 전락할 처지가 되니 검수완박을 주장하는데 이게 어떻게 국민 사이에 보편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나.” 결국 지금의 검수완박 주장은 원래 자신들이 내걸었던 국민의 보편적 인권상승 강화와 검찰 수사의 사법화, 정치의 사법화를 막기 위한 흐름이 아니라 “정파적 이익을 위한 이슈몰이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지금 검찰개혁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까. 물론 의석이 많으니까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문재인·민주당이 정권을 뺏긴 이유 중 첫 번째가 조국·추미애와 윤석열 검찰의 대결이었고, 나머지가 부동산 문제였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 역시 새로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강경 대치를 선택한 이유로 ‘강성팬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을 꼽았다.

“어느 정당이나 정권을 잃고 나면 강성팬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왜 졌는지를 성찰하기보다 0.73%포인트로 아깝게 졌다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다만 지금은 윤석열 당선인 쪽도 초기 어젠다 세팅에서 크게 실패하는 바람에 민주당의 성찰·쇄신 부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형국이다.”

그는 당장 분당 등 분열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6·1 지방선거의 승부처, 예컨대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지게 되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현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경험했던 대패를 다시 겪는, 역데자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정권 초 허니문이 사라진 유례없는 상황’에 대해선 “아직 더 지켜볼 게 남아 있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민주당이 강성팬덤 때문에 당장 검찰개혁 카드를 꺼내긴 했지만 실제로 동력을 이어가긴 쉽지 않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밀어붙이면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결국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문제는 행사하지 않는 식, ‘로우키’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봉합될 것이다. 오히려 총리인준이나 초기내각·정부개편을 두고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핵심이슈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정치컨설턴트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정권 초에 대선 기간 내내 대장동 등으로 부딪혔던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사법처리할 가능성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시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고 더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 강 구도에서는 한쪽이 세게 치면 나머지도 세게 되받을 수밖에 없어 중간이 없어진다. 사실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 용산 이전안을 내세웠을 때 민주당이 세게 대응한 건 패착에 가깝다고 본다. 법을 바꿔 청와대를 옮기겠다는 게 아니라 행정권한으로 옮기겠다고 한 거였다. 대통령 집무실부터 옮긴다고 하니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던 국민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는데 민주당이 세련되지 못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반사 이익을 별로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는 결국 칼자루를 쥔 쪽은 당선인이기 때문에 강경 대치 구도가 지속될 경우 어떤 식이든 구도를 흔들려는 시도가 윤석열 정부발로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와 동시에 윤석열이 주도하는 정계개편 시도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했다.

“압박과 동시에 의원들 빼가기와 같은 정계개편 시도가 나타날 거로 본다. 현재 민주당에도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이 꽤 있다. 장관 자리나 다른 것 주면서 충분히 흔들 수 있다. 당장은 아닐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고 위기의식이 내부에서부터 전면화되면 그때 흔들어도 된다는 정도의 생각이지 않을까.”

3월 30일 안철수 위원장이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6월에 닥칠 정계개편 회오리

정계개편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 주목받는 것은 “총리직을 거부하고 당직자로 남겠다”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개 의사표명이다. 정가에서는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협상 그리고 인수위 산하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향후 역할 등이 향후 윤석열발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6·1 지방선거 관련 대구 사저로 내려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향후 정국 전개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안철수는 굉장히 공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총리를 맡는 길로 갔다면 그 경험을 통해 국민 재평가를 받고, 그 이후를 기약하는 비교적 안전한 코스인데 윤석열 정권 밑에서 일하기보다 자기 정치를 하는 코스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서의 적극적인 행보다.”

문제는 6·1 지방선거가 야당으로의 지위 변화 후 치르는 첫 선거가 될 민주당의 선택이다. 집권당으로서 정권 초기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에서 그에 필적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호남권과 세종시·제주와 경기수도권 등의 권역에서 승리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승부처는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경기수도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강 대 강의 대결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선 만큼의 결집을 이뤄내는 듯 보이겠지만, 민주당이 역풍을 맞는 쪽으로 가리라고 본다.” 유 평론가의 말이다.

“민주당에선 여전히 경기도는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경기도가 이번 선거의 최대승부처인 건 맞다. 만약 경기도에서도 패한다면 지금 만들어져 있는 비대위원회나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올 것이다.”

결국 윤석열발 정계개편이나 민주당의 혁신 모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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