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방부로 가야..”‘용의 땅’ 대통령 시대”[그렇군]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육군 3사단을 방문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3의 후보지’는 국방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청와대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이전은 1990년대부터 여러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실현되지 못했다. 광화문 집무실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안된다’는 공통된 결론 때문이었다.

2019년 당시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에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경호 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해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이전을 결국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청와대는 벙커시설만 빼고 모두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은 총리 공관에서 자고, 근무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인 지하벙커에서 하는 방안이다. 국가원수의 동선으로는 비상식적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분리는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마다 주변 교통의 통제로 이어진다. 대통령 경호상 필요한 재밍(전파방해)으로 시민들은 툭하면 통신 장애를 겪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경호법상에 따라 시민들은 도심 내 검문검색 강화로 불편을 겪게 되고, 집회의 자유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모로 광화문 집무실의 재시도는 무리다.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이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에 집착하는거나 다를 바 없다. 당연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찾으면 된다.

소통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에게 어울리는 ‘제3의’ 청와대 후보지는 용산 국방부 부지다. 국방부와 붙어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용산 공원으로 변신하고 있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다. 용산 공원을 산책하는 시민과 대통령이 커피잔을 함께 들고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공간은 청와대의 필요에 따라 사용도 가능하다.

헬기장은 국방부 부지와 붙어 있어 대통령 전용헬기는 경호를 위한 헬기까지 포함해 2대가 동시 이륙이 가능하다. 지하 벙커도 이미 마련돼 있다. 의전 공관인 영빈관은 연회장인 국방컨벤션을 외국 국빈을 맞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리모델링하면 된다. 다른 다양한 부대시설도 청와대 필요에 따른 용도 변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국방부 부지가 주변 고층 건물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은 문제점이다. 주요 인물들의 동선이 훤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전할 경우 이를 대비한 보완책은 필수적이다.

국방부가 있는 용산은 도성 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한강변을 향해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는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움직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청와대 이전은 ‘용의 땅’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육·해·공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가 서욱 국방장관 주관 아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국방부

■군 ‘효율 배치’ 계기

청와대의 용산 이전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이다. 국방부는 계룡대로 이전하고, 합참은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남태령으로 옮겨야 한다. 이곳의 수용 공간도 충분하다.

국방부는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로 옮기는 게 합리적이다. 육·해·공군 각군 본부는 이미 32년 전에 계룡대로 이전했다. 국방부는 전쟁과 같은 위급한 시기에 각군 총장들이 긴밀하고 신속하게 논의를 하도록 조정하면서 군정 최고기관으로서 3군 본부의 지원 역할을 통합해야 한다.

합참은 남태령으로 이전하는 게 군사 작전면에서 효율적이다. 지금도 합참 근무자들은 한미연합훈련때만 되면 남태령 수방사 B1 벙커로 이동한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합참의 기능이 용산에서 남태령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는 전쟁을 대비하는 데프콘(방어준비태세) 발령 수준이 높아지면 수방사 B1 벙커가 전쟁지휘본부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는 데는 검토할 사항이 많다. 100개 중 하나라도 잘못 놓치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다. ‘임기 첫날‘ 시간표에 당선인이 스스로를 얽매이는 것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10일 임기 첫날부터 새 집무실로 출근하겠다는 윤 당선인 의지는 확고하다고 한다. 청와대 이전이 시간표에 쫓기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차선책으로 국방부가 우선 과천 방위사업청 청사로 이전한 후 시간을 갖고 차후에 계룡대로 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계룡대는 새롭게 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방사청은 윤 당선자 공약에 따라 대전으로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 본부 인원의 ’다이어트‘는 필수다. 한국군은 현재 합참과 각군 본부 지휘부는 비대하고 야전 간부는 부족한 기형적 조직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만들어지는 테스크포스(TF)와 중복 부서, 무원칙한 증원 등이 그 원인이다. 국방부와 합참 이전은 불필요하게 모여있는 간부들을 아전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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