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에 3168원, 온통 풀풀풀" 서울 시내버스 기사 식단 살펴보니

지난해 서울시내 한 버스회사에서 기사들에게 제공한 식단.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

서울시내 버스 기사들이 열악한 식단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임금 인상과 식사 질 개선 등이 해결되지 않을 시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20일 확인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지난해 12월14일 회의 자료에 따르면 65개 조합사(102개 영업소)의 평균 1끼 비용은 3168원이다. 1끼 비용이 3168원 미만인 곳은 전체 영업소의 65.6%에 달했다. 4000원 이상인 곳은 9개소뿐이다. 전체의 8.8%다. 1끼 비용이 2181원으로 계산되는 곳도 있었다.

2022년 기준, 서울시교육청에서 책정한 초등학생 1인당 1끼 단가는 5256원이다. 초등학생 1끼 식사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도 있는 셈이다. 부실급식으로 논란이 됐던 군 장병 1인당 1끼 단가는 2930원이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사진=박효상 기자

식사가 부실하다는 목소리는 높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에서는 지난해 조합원들의 식단 사진을 모았다. 식단은 보통 밥과 국, 김치, 반찬 1~2종류다. 지난해 6월21일 한 조합원의 저녁 식단은 밥과 김칫국, 감자볶음, 나물, 김치가 전부였다. 같은 달 23일 아침으로는 밥과 국, 무생채, 가지나물, 김치가 제공됐다.

25년 동안 버스를 운행해온 A씨는 “오래된 쌀을 쓰는지 밥 먹는 게 고역이다. 음식의 질이 좋지 못하다는 불만이 지속됐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음식에서 이물질도 자주 발견된다. 이마저도 부족하게 준비돼 먹지 못하고 일하는 기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버스 기사 B씨도 “회사마다 식사의 질 차이가 크다. 안 좋은 곳들이 상당히 많다. 부실한데다가 아침에 나온 반찬이 점심, 저녁에도 또 나오기도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거나 서울시에서 감사를 나올 때만 잠깐 좋아질 뿐 바뀌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19일 파업 찬반 투표에 진행했다. 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조에서는 개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다. 지난 19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8.1%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전체 재적 조합원 1만8094명 중 1만61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노조는 △임금 8.09% 인상 △식사 질 개선 △고용안정협약 체결 △무사고 포상금 시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오는 26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식사 질 개선과 관련해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고 식당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일각에서는 교도소 식단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서 식비 등으로 제공되는 기타복리비가 어딘가에서 새고 있다는 주장까지 인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안을 꾸준히 마련 중”이라면서 “파업과 관련해서는 당장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소연 기자 class=”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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