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러 베네수엘라와 에너지 동맹? 고심 깊어진 바이든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産) 에너지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대안으로 부족분을 채우려는 계획이 난관에 부딪쳤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을 단기간에 확대하려면 낙후한 시설 투자에 수백 억 달러가 필요한 데다 미국으로부터 원유 수출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를 ‘에너지 동맹’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발도 극심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 수준으로 늘리려 하지만, 증산까지 수백 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데다 논란이 거센 대(對)배네수엘라 제재 완화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상 증산 목표를 실현하려면 최소한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2008년까지 하루 생산량이 320만 배럴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간 사회주의 정부의 부실 경영 속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시설 투자가 중단되면서 최근 일 평균 생산량은 80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부정 선거 의혹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석유 산업을 제재했다.

경기 회복이 간절한 마두로 정권으로서는 이번 조치를 미국발 제재 완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자국의 대규모 부채를 석유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미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베네수엘라를 지원할 거란 전망은 마두로를 협상 타결로 이끌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면서도 베네수엘라에 부과된 제재를 해제하는 문제에 대해선 미국 내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연합뉴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전 세계 원유 공급 대안을 찾는 동시에 러시아의 남미 최대 동맹인 베네수엘라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의 우방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하는 등 서방 국가와는 다른 노선을 유지해왔다는 점은 미 정부로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미 민주당 소속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은 이날 미 정부가 원유 확보를 위해 베네수엘라와 접촉한 데 대해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를 향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열망은 수천 배럴의 원유보다 더 가치 있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과 자유, 식량까지 앗아간 마두로 정권의 주머니를 석유 수익으로 채워줄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親)러시아 독재 정권과 손을 잡는 건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 및 석유 제품은 하루 평균 67만2000 배럴이었다. 전체 수입의 8%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유럽 국가들의 동참 가능성으로 시장의 불안이 높아져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만큼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석유 생산 능력과 설비를 갖춘 브라질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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