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민단체, “공정위 전속고발권 위헌” 헌법소원..배경은 SK 솜방망이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국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주)가 특수관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SK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검찰에 고발이 가능토록한 ‘전속고발권’에 대해 시민단체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위헌 소송제기 배경은 공정위의 ‘SK실트론(구 LG실트론) 솜방망이 제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속고발권 위헌소송 배경은 SK실트론 제재
1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 7일 공정거래법 129조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이면에는 ‘SK실트론 솜방망이 제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총장은 “공정위가 자의적 판단으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 형사 처벌을 사실상 면제시켜주게 된다”며 “올해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분리됐지만 바뀌지 않은 전속고발권 법조항 때문에 경찰은 고발이 접수되도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는 공정위가 고발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검찰로 한정한다. 이 법은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경우에도 공정위가 검찰총장에게만 사건을 고발토록 규정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된 만큼 해당 법에 ‘경찰청장’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23일 최태원 SK 회장을 공정거래법(사회기회유용금지)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고발 하루 전인 12월 22일 공정위는 최태원 SK회장과 SK에 각각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다. SK가 반도체 소재 기업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가 LG실트론 지분을 전량 사는 대신 최 회장이 개인 지분으로 LG실트론을 사도록 해줬다. 즉, SK법인(회사)에 이익이 되는 주식 인수 기회를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달 8일 최태원 회장 고발 건으로 경찰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 측으로부터 “공정위 어떤 자료도 받지 못해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특허, 탈세 등은 이의신청 가능
전속고발권 제도는 복잡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전문가 집단인 공정위의 판단을 먼저 받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으로 인해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을 경우 사건은 법원 판단을 받지 않고 묻히게 된다.

고일영 변호사(법무법인 동서남북)는 “탈세와 특허 위반 사항도 공정위 전속고발권처럼 별도 전문가의 판단을 거친다”며 “다만 특허는 특허심판원, 탈세는 국세심판원 등의 1차 판단을 거치고 이에 대해 이의제기가 가능하지만 현재 공정위만 심판원 제도가 없다.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사건이 덮어진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부당인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며 ‘위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부당이득 규모를 법리적으로 산출하기 복잡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통해 얻은 이익 규모는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가 차후에 법원의 판결문에 해당하는 의결서를 작성하고 SK에 송달하면 해당 제재 결정은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공정위는 제재 발표 이후 현재 약 3개월이 지나도록 의결서를 완료하지 않고 있다. SK측은 공정위 제재에 대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SK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고일영 변호사는 “SK가 공정위 제재에 정말 불복한다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SK와 최태원 회장이 추후 과징금 각 8억원(총 16억원)을 수용한다면 이는 앞서 공정위 제재에 ‘엄살’을 부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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