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없어 수리도 힘든 쌍용차..尹 정부서 정상화될 수 있을까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에디슨 모터스와 쌍용자동차가 인수·합병 투자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쌍용차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11월3일 M&A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두 달여 만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사진은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 2022.01.10.

#전라북도에 사는 A씨는 2018년에 구매한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출고한지 3년밖에 안 된 비교적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차지만, 서비스센터에서 부품이 없다며 수리를 못하고 있어서다. A씨의 차는 반년 가까이 센터에 세워져있다.

쌍용차가 협력업체에 대금을 내지 못하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 13일 쌍용차에 따르면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사후관리(A/S) 수리는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연식 차종을 제외하고는 많은 차량들이 부품 조달 차질로 수리 지연 문제를 겪는다.

2018년 10월에 코란도 투리스모를 구입한 A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서브프레임 멤버·백판넬 부품 등이 없다면서 현재까지 센터에서 수리를 안해주고 있다”며 “당장 차가 필요한 상황이라 중고차를 급하게 샀다. 그동안 (2018년부터 냈던) 보험료와 할부값이 매달 70만원 가까이 그대로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대금을 내지 못해 부품을 못 받아서 수리 지연 현상이 전국서 간헐적으로 보고됐다”며 “소비자들이 수리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2017년부터 20분기 연속 적자…매각 진두지휘해야할 산은도 수장 거취 문제로 ‘뒤숭숭’

부품 조달 문제는 쌍용차가 경영 상황이 나빠져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쌍용차는 2016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티볼리의 흥행을 앞세워 영업이익만 280억원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그 이후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코로나19(COVID-19) 확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협력업체 부품 납품 거부 등 삼중고를 겪으며 지난해 평택 공장 가동을 수차례 멈췄다. 쌍용차의 지난해 차량 판매 실적은 내수 5만6363대, 수출 2만8133대 등으로 총 8만4496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21.3% 감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고 쌍용차에 유동성이 확보돼야 소비자들 피해가 줄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에서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당장 쌍용차 매각을 진두지휘해야할 산은의 상황도 뒤숭숭하다. 국책은행장은 새 정권이 들어설때마다 바뀌는 경향이 있는데, 쌍용차 매각을 담당했던 이동걸 산은 회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산은 부산 이전’ 공약을 내놓자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 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며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마차를 말 앞에 두고 끌어보라고 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쌍용차, 미래차인 전기차 기술 증명 못했지만 “딸린 식구들 많다”…尹 정부서도 이 딜레마 극복해야

쌍용차 전기차 SUV J100
쌍용차는 미래차 핵심인 전기차 기술을 아직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했다. 그러나 쌍용차 임직원이 5000명에 이르고 협력사까지 따지면 많게는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기도 하다. 차기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사안이라 기업 청산과 매각, 둘 중 하나에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렵다. 결정이 계속 미뤄질 수록 쌍용차 소비자들의 피해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회사 자체만 두고 본다면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 깊게 뿌리를 내렸고 그만큼 딸린 식구들이 많다”면서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차기 정부에서도 이 딜레마에 시달릴텐데, 어떻게 극복할지 다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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