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금 땅에서는 봄맛이 피어난다

산과 들이 깨어나는 봄 땅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돋아나는 제철 재료가 있습니다. 새 계절을 맞은 자연이 내어준 쌉싸래한 봄맛, 바로 봄나물이죠. 추위를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이 스며있기 때문일까요. 봄나물은 우리의 잠들었던 미각을 깨우고 영양을 더하기에 충분합니다. 그중에서도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쑥은 우리 민족에게 귀한 식재료였습니다. 그래서 쑥을 넣어 찐 떡은 ‘약떡’이라고도 불렸죠. 동의보감에 기록된 쑥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성이 없으며 몸의 냉기와 습기를 몰아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다 없는 충북에서 즐기던 봄철 보양식, 쑥국 쑥을 이용한 음식으로는 떡뿐만 아니라 전, 무침 등 다양하지만 부엌에 넘치는 봄을 부르기에는 국이 제일입니다. 봄철 남도 별미로 도다리쑥국이 손에 꼽히는데요.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 산간 지역인 충북에도 그만의 봄맛이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진지박물관 김정희 관장은 쑥을 이용한 충북의 향토음식으로, 애(艾)탕을 소개합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쑥국’. “쑥이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봄나물이잖아요. 옛날에는 임금님한테 원기회복하시라고 봄이 되면 쑥으로 완자를 만들어서 국을 끓여드렸어요.” 봄이면 지천에 나는 흔한 쑥이 궁중에서도 즐길 만큼 귀한 약초였던 겁니다. 충청도식 쑥국하면 날콩가루에 쑥을 버무려 한소끔 끓여내는 게 일반적인데, 그에 비하면 애탕은 손이 좀 가는 편입니다. “겨우내 잠자던 어린 쑥과 소고기를 넣어 동글동글 완자 빚어 담백하게 끓이는데, 여기서 핵심은 마늘을 넣지 않는 겁니다. 쑥 향을 해치기 때문이죠.”

진지박물관 김정희 관장이 재현한 애탕과 봄 한 상

■ 봄나물, 맛있나 봄 봄나물은 원기회복에도 좋지만 말린 시래기와 묵은지로 겨우내 밥상을 차려낸 아낙들에게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한결 풍성하고 산뜻한 밥상이 절로 차려지기 때문이죠. 지금은 공기도 좋지 않고, 땅도 오염돼서 봄나물 캐 먹기도 조심스러운 시절이 됐지만, 몸의 감각이 그때의 맛과 향을 기억해내는 탓에 이맘때면 유독 떡집 앞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운 좋게 제철 쑥을 듬뿍 넣은 쑥버무리나 쑥개떡이 보이면 그게 바로 소확행이죠.

한 떡집에서 봄을 맞아 쑥개떡과 쑥 버무리를 쪄내고 있다. 청주방송 DB

작심하고 도롯가를 피해 있는 양지바른 언덕이나 밭, 논두렁으로 봄나물을 캐러 가는 것도 봄을 만끽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단, 이른 봄에 나온 여린 잎일수록 맛과 향이 좋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봄이 깊어지면 쓴맛이 강해져서 먹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봄의 향긋함은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내기만 해도 그 맛이 나니, 오늘은 봄나물 한 줌 사다 국으로, 갖가지 찬으로 봄의 한 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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