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재 위험 큰 리튬 2차전지..”EPR 적용 등 관리 강화해야”

지난 5월 서울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리튬 2차전지 관련 화재가 일어난 모습.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제공

“지게차로 쓰레기봉투를 컨베이어벨트에 옮기려고 하는데 불꽃이 확 튀었어요.”

충청권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하는 ㄱ씨는 지난해 일터에서 두 차례 화재를 겪었다. 그는 “봉투 안에 섞여 있던 리튬 2차전지가 원인이었다”며 “작업자들이 바로 꺼서 불이 크게 번지진 않았지만, 또 비슷한 일이 생길까 봐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리튬 2차전지가 내장된 소형가전을 포크레인으로 밟아 그 충격으로 불이 났다. 이외에도 18일 폐전지 재활용사업공제조합인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설명을 들어보면, 2020~2021년 사이 서울 양천, 경기 안성·이천, 인천 남동, 경남 김해 등 다수 폐전지 재활용업체와 선별장에서 리튬 2차 전지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 보조배터리와 전기차, 드론 등에 사용되는 리튬 2차전지 사용량이 늘면서 이러한 화재나 폭발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집계를 보면, 2018년 전체 전지 입고량의 0.92%(2만8730㎏)에 그쳤던 리튬 2차전지는 지난해 1.43%(6만9570㎏)를 거쳐 올해 상반기(1~6월)에는 2.72%(5만7510㎏)로 늘었다. 또 리튬 2차전지 사용이 많은 수도권만 보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 5∼6월 중 열흘 동안 한국전지재활용협회가 수도권에서 수거된 폐전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전지(2만2431㎏)의 19%(4215.5㎏)가 리튬 2차전지였다. 품목별로는 보조배터리가 37.0%로 가장 많았고, 원통형 배터리(20.6%), 무선청소기 배터리(8.4%), 드론용 배터리(6.6%) 순이었다. 전자담배, 태블릿PC, 블루투스 이어폰 등 리튬 2차전지가 내장된 전자제품도 있었다. 이처럼 사용량이 늘고 있는 리튬 2차전지 관련 화재는 생산·사용 단계에서뿐 아니라 폐기·재활용 단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제도적으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리튬 2차전지 관련 화재가 일어난 모습.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제공

현재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에 따라 수은전지, 리튬 1차전지(건전지) 등 전지 6종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이지만, 리튬 2차전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그 제품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물게 한다.

전문가들은 리튬 2차전지 관련 화재를 줄이고 자원을 더욱 활용하기 위해 리튬 2차전지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제도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선별장 등에서 일어나는 리튬 2차전지 관련 화재는 주로 리튬 2차전지가 내장된 제품을 플라스틱 등으로 잘못 배출해 일어난다”며 “이런 제품에서 전지를 분리하는 공정 등을 마련해야 한다. 리튬 2차전지 재활용은 비용이 많이 들어 결국 생산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튬 2차전지 원통형 배터리.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제공

환경부도 리튬 2차전지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리튬 2차전지와 관련해 ‘전기·전자제품 환경성보장제도 전 품목 확대 운영 방안 마련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이다. 환경성보장제도는 전기·전자제품에 대해서 생산자가 재활용을 일정부분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제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원을 더욱 활용하기 위해 리튬 2차전지와 이를 사용한 전기·전자제품을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 환경성보장제도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진행 중인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생산자, 이해관계자 등 의견을 수렴한 뒤 필요시 시행령 개정 등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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