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단독]尹 외교브레인 “中 ‘희토류 통제’ 가능성..인·태 공동대응”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워싱턴=AP/뉴시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이 중국이 대(對) 한국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최악의 ‘막무가내식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확대 등 사실상 대(對) 중국 견제 행보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G2(미국·중국) 패권 갈등으로 전세계 외교·통상이 사실상 ‘양자 택일’을 강요 받고 있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간사 김성한-경제2 위원 왕윤종 대선 전 서면 대담, 왜

학계에 따르면 현재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지난달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현재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에게 서면으로 ‘미국의 대 중국 제재 조치, 중국의 반발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질의를 했다. 이에 왕 교수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규제했을 때,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기업도 예외 없이 동참해야 했다”며 대중 제재 사례를 언급한 다음 “미국 주도의 인·태(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대해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차관이 왕윤종 교수와 나눈 서면 대담 문건 발췌. 밑줄은 기자가 표시.

특히 왕 교수는 “(중국의 보복이) 희토류나 범용제품 등에 대해 수출통제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대통령이 되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같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체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주도의 역내 경제·안보 협력체 참여 의사를 적극 밝혀 왔다. 당선인이 오는 4월 파견할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이하 대표단)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도 “글로벌 공급망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이런 현안들에 대해 한미가 어떻게 공동 대응할 건지 논의할 것”이라며 미국과 경제 동맹 강화를 예고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2022.3.11/뉴스1

김 간사와 당시 서면으로 대담했던 인물 가운데는 이날 당선인 대변인실이 대표단 일원이라고 공개한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 자문위원도 맡고 있는 연 부연구위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으로부터 ‘중국이 한국의 공급망 협력 등 대미 협력 강화에 따른 보복성 수출 통제에 나설 개연성이 있을지’ 질의를 받고 “중국이 재작년부터 미국식의 법·제도를 모방해서 수출 통제·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 등을 법률적으로 준비를 해왔다”며 “그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연 부연구위원은 본지로부터 ‘김 간사가 미국과 공급망 협력·IPFF 참여 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한 것인지’ 질의를 받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사실은 국제 정세 뿐만 아니라 공급망 상에 교란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평상시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새 정부만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도 경제 안보·공급망 이슈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연 부연구위원은 김 전 차관에게는 서면 대담 답면으로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토대로 미국의 과도한 대중제재를 막도록 설득하고, 중국의 경제보복을 사전에 저지하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상태다. 이 서면 대화를 김 간사가 원장으로 있는 연구원이 대담집으로 펴냈다.

서면 대담 4명 중 3명 尹 당선인 외교·경제 행보에 발탁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혁신적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제로한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마치고 박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2.1.24/뉴스1

김 전 차관은 대선을 앞두고 3명의 연구자·중국 관계 관련 학자과 연례 국제 관계 포럼 일환으로 서면 대담을 했다. 현재까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4명 중 3명이 당선인 측 외교·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기용된 상태다. 윤 당선인은 한국 핵심 제조기술(반도체·배터리 등) 등을 경제안보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해당 대담집을 보면 또 다른 참여자인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가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양 부문에서 모두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로 인해 한국이 미국에 유의미한 카드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는 ‘공급망 판세’를 분석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은 자국 내 삼성전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대만의 TSMC 등의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일단 첨단산업 공급망 분리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차관은 서면 대담 배경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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