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유 이어 휘발유도 역대 최고가..가계 부담 더 커진다(종합)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10년여 만에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경유 가격은 한 달 가까이 날마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아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유 가격은 한 달 가까이 날마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도 10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리터)당 2063.45원으로 전일대비 6.66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껏 최고가였던 2012년 4월 18일의 2062.55원을 10년 여만에 뛰어넘었다. 오피넷은 오후에 추가로 가격을 업데이트 할 예정이어서 이날 휘발유 종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3월 15일 약 9년 5개월 만에 L당 2000원선을 돌파했다. 이후 2000원선에서 잠시 등락하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 상승 여파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전국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일대비 7.91원 상승한 L당 2062.28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은 지난달 12일 L당 1953.29원을 기록해 기존 최고가(2008년 7월 16일 1947.75원)를 약 14년 만에 경신한 뒤,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며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올해 1월 1일 각각 L당 1623.79원, 1442.42원이었는데 5개월여 만에 가격이 각각 420원, 600원 넘게 상승했다. 연초대비 상승률은 각각 26.1%, 41.6%에 달한다.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낙 수요가 견고한 데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OPEC 플러스가 오는 7∼8월에는 증산량을 50%가량 늘리기로 했지만, 기존 증산 목표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고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정책 카드도 소진된 상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최대 폭인 30%로 확대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폭이 더 커 소비자 체감효과는 사라졌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와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기에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 휘발유, 경유가격에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휘발유 수요의 35%를 차지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도래와 중국의 상하이 봉쇄령 해제 등 석유제품의 수요 증대 요인은 뚜렷한 반면, OPEC 플러스의 제한된 증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의 공급은 크게 늘지 않아 국제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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