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내년 예산 지침은 尹정부 미리보기? “집행 부진 사업 지출 최대 50% 감축 방침”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강조했던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집행 실적에 따라 부진할 경우 최대 50%까지 해당 사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매년 10조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늘어난 지출도 감축 대상으로 포함해 지출 감축 규모를 키운다는 의미다.

‘적극 재정 운용’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예산 정신은 사라지고, 윤석열 당선인이 강조해왔던 재정 구조조정이 내년 예산 편성에 있어 더 부각됐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한국판 뉴딜’은 내년도 예산안 작성 지침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을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실무적 협의를 통해 작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9일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 이번 지침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이달 31일까지 모든 부처에 통보되고, 각 부처는 편성 및 작성지침에 따라 5월 31일까지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 지침의 확정은 2023년 정부 예산안의 편성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023년 예산안 편성 지침./기재부

◇재량지출 10% 구조조정, 4대 재정혁신 과제로 강조

이번 예산 지침은 정부가 윤 당선인의 방침에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편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침에는 지출 재구조화, 전략적 지출 조정 등이 강조돼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이후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고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일찍이 밝혔는데, 이런 기조에 기재부가 미리 색깔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침에서 기재부는 “전면적인 지출 재구조화를 적극 추진하여 재정을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하고 재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정부 출범에 따라 제기된 새로운 국정과제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재정이 적극 뒷받침”할 방침을 밝혔다. 재정지출 재구조화에 더해 전략적 지출 조정이 이번 지침에 포함되면서 지출 구조조정은 더욱 강조됐다.

지난해 포함돼 있던 재량지출 10% 구조조정은 4대 재정혁신 과제 중 하나로 별도 항목으로 격상됐다. 재정 사업 자율 평가, 보조사업 연장 평가 등 각종 재정 사업 평가 결과 성과가 부족한 사업은 10%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연례적 이월·불용 등 집행부진 사업은 실집행 수준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조정하고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 최근 실집행실적에 따라 10%에서 최대 50%까지 지출 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또 관행적·반복적으로 이전용되는 사업은 실소요되는 만큼만 쓰도록 한다. 재정사업 자율평가, 보조사업 연장평가 등 각종 재정사업평가 결과 성과가 미흡한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재량지출 10% 감축 때 규모는 통상 매년 10조원대였으나, 기재부는 내년에는 그 규모를 좀 더 키우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합치면 624조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재량지출이 절반으로 300조원 규모”라며 “인건비나 경직성 경비 등 줄이기 어려운 부분을 빼면 매년 10조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여건이 조금 다를 수 있다”며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상당폭 늘어난 한시적 지출의 정상화를 고려하면 매년 절감하는 규모에 비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경상경비를 절감하고, 정부위원회 중 한시·일몰 조직은 원칙적으로 종료한다. 불요불급한 서류를 최소화하는 등 운영 경비를 절감하고, 업추비·여비·특경비·특활비 등 주요 경비를 감축한다. 보조사업의 보조율 체계는 원점 재검토한다. 관행적 출연·출자 사업의 존속 여부 및 적정소요도 집중 점검 대상이다. 가령 모태펀드 출자의 경우 자펀드 결성 및 기 결성 자펀드의 투자 실적을 감안하는 식이 될 전망이다.

◇자취 감춘 ‘한국판 뉴딜’

이번 예산 편성 지침에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한국판 뉴딜은 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이지만, 윤 당선인 측에서는 지출 구조조정 1순위로 꼽는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 편성 지침에서는 지역균형뉴딜, 디지털 뉴딜 등을 투자 중점 사안에 담기도 했다.

기재부는 사회 안전망 강화, 디지털과 탄소 중립 등의 내용은 예산 편성 지침에 녹아져 있으나 ‘한국판 뉴딜’이라는 포장지가 사라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상대 실장은 “명시적으로 한국판 뉴딜이라는 표현이 편성 지침에 나와있지 않을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당초 생각했던 취지나 집행 상황, 성과 이런 부분들, 또한 향후에 전개될 수 있는 정책 여건의 변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다소 수정·보완·발전될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문 정부의 예산 편성 지침에 등장했던 ‘포용적 선도국가 전환’, ‘적극적 재정운용’이라는 표현도 사라졌다. 대신 ‘전략적 지출 조정’이 등장했다. 기재부는 “경제·사회 여건 및 사업수요 변화를 반영해 분야·부처 내 투자방향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각종 한시·일몰 지원 소요 등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명시했다. 방역지원 사업, 소상공인 긴급금융지원, 고용유지지원금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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