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인사권 충돌..어떤 자리길래 얼굴까지 붉히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단독’ 오찬 회동이 잠정 연기된 원인으로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꼽힌다.

윤 당선인 측은 17일 차기 정부 운영을 위해 인사권은 협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임기가 마치기 전까지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맞섰다.

특히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총재와 공석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 감사원의 감사위원은 양측이 갈등을 빚는 주요 인사로 꼽힌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한 방송에서 “조만간 임기가 만료될 한국은행 총재, 공석인 감사위원 2명, 선관위 상임위원 자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 출신이다.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말 임기가 마무리된다. 한국은행 총재 인선은 청와대 내정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까지 한 달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14일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총재 공석 없이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이번 주 차기 총재 후보가 내정돼야 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도 문 대통령이 행사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5월9일까지는 (문 대통령의) 임기인데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하지 누가 하느냐”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며 인사권 행사를 예고했다.

한국은행 총재 임기는 4년이다. 현 정부에서 차기 총재를 임명하면, 윤 당선인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총재와 임기의 5분의 4를 함께 해야 한다. 통화정책 등 한국은행이 경제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관위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현재 대통령과 야당 몫 각 1자리씩 두 자리가 공석이다.

대통령 몫인 한 자리는 조해주 전 선관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됐다. 조 전 위원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의원은 지난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면서 3년 임기가 연장되자 또 다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조 선관위원은 사퇴했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가 지난 1월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한 상태다.

현재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당이 임명하거나 지명·추천한 여권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대통령 몫을 채우고,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공석인 ‘야당 몫’을 채우게 되면 현재 여당 성향의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동안 선관위 중립성 문제를 지적해온 국민의힘 측에서 문 대통령의 선관위원 임명 여부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 구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위원회는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국가 정책 등에 대한 감사 계획 등 중요 사안을 감사위원회 7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감사위원 임기는 4년이다. 현재 지난 6일 손창동, 강민아 전 감사위원이 퇴임하면서 2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김인회·조은석·임찬우·유희상 감사위원 등은 2019~2021년 임명돼 임기는 남아 있다.

임기가 남은 감사위원 4명 중 노무현 정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인회 감사위원과 이낙연 국무총리 시절 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임찬우 감사위원은 민주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새롭게 임명되는 두 명의 감사위원이 현재 여권 성향 인사로 채워진다면 이들에 의해 감사 의결권이 좌우될 수 있는 구조다. 야권은 이들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감사를 결정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극심한 여대야소 정국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사원 견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임명 의지를 갖는다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사권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은 지금부터 정지해라 말라 하는 대상이 아니며, 서로 존중해가면서 일을 해야 될 시점인데 과도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인사권과 관련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당선인 측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윤 당선인 측을 겨냥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가 불과 1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주어진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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