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수조원 소득에도..대법 “국내 미등록 특허 과세 불가” 요지부동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지급한 특허권 사용료 가운데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부분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부과한 과세당국 처분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법인세 113여억원을 돌려받게 됐다. 지난달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수천억원을 돌려주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 대가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는 판례(1992년)를 세운 뒤 동일 판결을 계속 내놓고 있다. 2008년 12월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인세법에 관련 조항이 신설됐지만 판례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 과세당국, 세법학계 등에서 판례 변경 필요성을 두고 30년째 논쟁하는 오래된 주제이기도 하다.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삼성전자가 동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원천징수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7월 삼성전자에게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태블릿 사업에 필요한 특허 사용권을 부여하고, 삼성전자는 그 대가로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3사업연도 기준 관련 특허 수는 4만1613개였는데, 국내에 등록된 특허는 1222개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지급한 특허권 사용료 1조2125억여원을 국내원천소득으로 계산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야 할 세금을 원천징수(세율 15%)한 법인세 1818억여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삼성전자가 690억여원을 적게 원천징수했다고 판단했고, 동수원세무서는 2017년 4월 이에 따른 법인세 113억여원(가산세 포함)을 추가로 걷었다. 삼성전자는 조세심판원에 징수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과세당국은 한미조세조약이 특허권 사용지를 사용료 소득의 원천지로 보는 ‘사용지주의’를 택하면서도 ‘사용’의 의미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한국 법인세법 조항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2008년 12월 개정된 법인세법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도 국내에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데 해당 특허를 이용했다면 ‘사용’의 의미에 포함시켜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소득 역시 국내원천소득으로 본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추가징수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 사용료 소득만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고,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 사용 대가로 받는 사용료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미국 외 다른 나라들과는 특허 사용료를 ‘지급’한 곳에서 과세(국내원청징수)하는 조약을 맺었지만, 1976년 미국과는 특허를 ‘사용’한 곳에서 과세하도록 조약을 맺었다. 1979년부터 시행된 한미조세조약은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특허권 사용료는 사용할 권리에 지급되는 경우에만 국내원천소득으로 취급한다’는 한미조세조약을 근거로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특허권 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 따라서 미등록 특허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사용한다거나 사용 대가를 지급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과세 불가를 못박았다.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 사용 대가에 대해서만 과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특허권 사용료 소득을 얻는 미국 다국적기업 등에 대한 과세권 확보 차원에서 미등록 특허에 대한 국내원천징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대법원 판례는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1·2심은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 사용료에 해당하는 부분만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고, 나머지 특허 사용료는 그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 및 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천징수대상인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미국법인이 특허권을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법인이 그와 관련해 지급받는 소득은 그 사용의 대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절차에 따라 환급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같은 재판부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미등록 특허 사용료 소득(4조3600억원)에 대한 세금 6300여억원(2012~15사업연도)을 돌려달라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쪽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다만 반환할 세금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이지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과세에 대해서는 기존 판례와 마찬가지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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