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해운 동맹에 칼 갈고 있는 까닭은

대형 컨테이너선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이나 유럽 등 원양 항로를 취항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해운 동맹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독점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세계 물류대란이 장기화됨에 따라 미국 정부가 자국 화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선사들을 향해 칼날을 들이대는 모양새다.

18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초대형 선사인 머스크는 ‘공급망 교란’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조사 소환장을 받았다. 머스크 외에 다른 컨테이너 선사들도 당국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형태의 조사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물류대란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폭등한 해상 운임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선사들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선사들이 화주들에게 부과하는 컨테이너 체선료(디텐션 및 디머리지)를 단속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미 법무부와 연방해사위원회(FMC)의 공조가 강화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미 당국이 조사하려는 사안이 당초 체선료 부과의 정당성 확인 수준을 넘어 선사들의 해운 동맹(얼라이언스) 시스템에까지 갔다는 데에 있다.

지난 2월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첩보 동맹체인 이른바 ‘파이브아이즈’와 반독점 행위 감시 체제를 결성했다. 같은 달 미 상원에서는 화주들이 FMC(해사 전담 공정거래위원회 격)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에 선사들에 대한 불만 사항을 바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또 이달 1일 하원에서는 ‘해운운송반독점법’이 상정됐는데, 이 역시도 선사들의 독점 금지 면책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또 미 법무부는 지난해 치솟은 해운 운임과 관련해 “개인이나 기업 간 계약에서 입찰과 가격 담합 등 독점금지법 위반 사례 적발 시 형사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원양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미국·유럽항로에서 화물을 운반할 때 개별 선사 단위로 운항하지 않고 동맹 체재를 바탕으로 노선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맹을 맺은 선사들끼리 각 사의 선박을 노선에 투입하고 매 선박마다 선복(적화공간)을 균등히 나눠 갖는다.

예를 들어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있고 4곳 선사가 동맹을 맺었다면 해당 선박의 선복을 6000TEU씩 나눠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3대 해운 동맹에는 ‘2M(MSC, 머스크)’, ‘오션얼라이언스(CMA-CGM, COSCO, 에버그린)’, ‘디얼라이언스(하팍로이드, HMM, ONE, 양밍)’가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미 당국의 제재로 인해 추후 해운 동맹이 분열된다면 그나마 중소 항만에도 들를 수 있었던 선사들이 비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대형 항만으로만 몰리게 돼 물류난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CEO 제레미 닉슨은 이달 초 해운물류 컨퍼런스인 ‘TPM22’에서 “동맹을 통해 운항할 수 없다면 ONE은 기존에 15개 제공하던 태평양 주간 노선 서비스를 4개밖에 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시아 항로를 취항했던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중항로와 한일항로에서의 운임 공동행위 건에 대한 심사가 남아있는 상태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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