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 된건가”.. 토목과 경쟁률 ‘뚝뚝’

대학 토목과의 입학 경쟁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4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舊 토목공학과)는 올해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이 2.71대 1에 그쳤다.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경쟁률이 가장 낮다. 올해 서울대 공대의 최고 경쟁률은 항공우주공학과(5.33대 1)였고, 2위는 원자핵공학과(4.60대 1)였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경쟁률은 2017학년도(4.14대 1), 2018학년도(3.53대 1), 2019학년도(2.33대 1), 2020학년도(2.95대 1), 2021학년도(3.87대 1), 2022학년도(2.71대 1)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토목과는 1960~1970년대 ‘건설 붐’을 타고 국내 최고 인기 학과로 등극했지만, 1980년대부터 전자공학과에 인기 학과 자리를 내줬다.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에도 밀려 점차 인기 학과에서 멀어졌다. 요즘은 공대에서 가장 인기가 없어 경쟁률이 뚝뚝 떨어지는 추세다.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舊 토목공학과)도 올해 경쟁률이 4.00대 1에 그쳐, 연세대 공과대학에서 경쟁률이 밑에서 두 번째다. 도시공학과(3.20대 1)만 경쟁률이 더 낮다. 올해 연세대 공대에선 글로벌융합공학부(7.00대 1)와 신소재공학부(6.63대 1)의 경쟁률이 높았다.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舊 토목공학과) 역시 올해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이 3.39대 1에 그쳤으며, 올해 고려대 공대에선 반도체공학과(5.80대 1)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국내 공과대학에선 토목공학과 인기가 떨어지고 항공우주공학과, 신소재공학부, 반도체공학과 등 미래산업과 관련 있는 학과가 인기 학과로 떠오른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의 인기 학과는 산업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서 “IT(정보기술)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관련 학과인 반도체, 시스템, 컴퓨터학과 인기가 높고, 미래 산업인 우주공학, 신소재 등 학과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위권 학생들은 취업률이 높으며 스마트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를 선호하는데, 토목공학과는 거칠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토목공학과 학생들은 대학에서 구조공학과 환경공학, 지반공학, 초고층 빌딩 건축구조설계 등을 배우고 향후 건설사나 엔지니어링회사, 건축사사무소, 감리회사, 건설사업관리회사 등에 취업한다.

전경수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수공학 전공)는 “건설·토목 분야는 산업이 오래되고 굴뚝산업으로 분류돼 학생들 입장에선 새로 생긴 학문들보다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아진 것 같다”면서 “대학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산업이 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추 산업임에도, 청산해야 할 적폐로 취급돼 ‘토건족’으로 비하되기 일쑤였다는 점도 학생 수요 하락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 건설·토목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토건 적폐’로 몰아붙이며 관련 예산을 대폭 깎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첫해인 2018년, SOC 예산은 전년 대비 14.1%나 줄었다. 또 출범 직후인 2017년에는 민자로 짓기로 한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특혜성 사업으로 보고 정부 사업으로 바꾸기도 했다. SOC 예산을 줄이고 민자사업도 막으며 건설산업에 적대적이었던 셈이다.

전 교수는 “사회·정치적으로 토건을 나쁘게만 매도하는 분위기도 토목학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는데, 현직 토목 기술자들 입장에선 억울한 얘기”면서 “사회·정치적으로 토건을 적폐로만 취급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목공학 전문가인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은 “국내에선 토건족으로 불릴지 몰라도, 세계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건설기술이 인정받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SK에코플랜트가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에 지은 해저터널의 경우에는 국내보다 세계 모든 언론이 난리가 날 정도로 화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신도시 프로젝트 관련 발주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가 참여하면 다른 나라들은 지레 포기할 정도로 해외에선 우리나라 토목 기술이 꽤 앞서나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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