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등 방화범죄 최근 3년간 해마다 1000건 넘어..처벌 강화해야

지난 19일 새벽 불에 타 파손된 승용차. 사진=연합뉴스(독자 송영훈 씨 제공)
지난 8일 강원도 동해시 백복령 아래에서 산림청 진화 헬기가 송전탑이 즐비하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가운데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산불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이 방화와 실화로 밝혀지면서 화재 유발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주민에 앙심을 품은 60대 방화범이 토치로 낸 불이 발단이 됐다.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질러 인근 산림으로 옮겨 붙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의 어처구니 없는 범행으로 강릉·옥계와 동해시 일대 87개 시설과 산림 1천850㏊가 잿더미로 변했다. 또 지난 4일 울진에서 시작돼 213시간 43분 만에 축구장 2만 9304개 넓이를 태운 울진·삼척 산불은 담배꽁초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입산자 실화나 고의성 방화로 올 들어 23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예년에 비해 무려 244% 급증했다. 해마다 산불로 인해 막대한 산림과 재산피해가 나고 있지만 실화자 검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막상 검거한다 해도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산불 재앙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474건 중 가해자 검거는 197명에 그쳤다. 2020년에는 겨우 39.7%의 검거율을 보였다. 산림 주변에 CCTV가 없고 무엇보다 목격자가 없으면 실화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산림보호법은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른 사람에 대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자기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수로 산불을 냈다고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산불 가해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는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산불 가해자 검거해도 방화 고의 아닌 과실범, 초범, 고령자는 처벌 약해

지난 2019년 4월 발생한 고성 산불로 한전 관계자 7명이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같은 시기 인제에서 산림 300여ha를 태운 혐의로 기소된 90대 실화자도 1심 재판 중 사망해 재판이 종결됐다. 실화자가 처벌을 받는다 해도 실형은 드물고 벌금형도 평균 200만 원 정도다.

방화범죄는 지난 3년간 해마다 1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478건, 2019년 1345건, 2020년 1210건 등이다. 검거된 방화범 10명 중 8명(83.9%)이 남성이고, 범행 동기는 ‘우발적’(44.6%)이 가장 많았다. 보복과 범죄은닉, 스트레스 해소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지역에서도 방화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낮 12시 50분께 충남 서산의 한 단독주택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지른 6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대전 유성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60대 남성이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2008년 2월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와 이달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방화범의 한 순간 그릇된 행동으로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다. 설마 하는 사이 발생하는 실화도 상상 이상의 피해는 마찬가지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