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4%라는 기사? 잘못된 표현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비는 상대적 비교, 비중은 전체의 지분을 표현
삼성전자 지나치게 띄워주거나 과장한 잘못된 예들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3.8%”, “삼성전자, 지난해 베트남 GDP 4분의 1 차지”

몇몇 언론들의 뉴스 제목을 보면, 삼성전자 매출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 헤럴드경제의 “매출이 GDP의 14%… 삼성전자 이정도였나”라는 기사의 그래프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 헤럴드경제 1월10일 “삼성, 코로나 후 어깨 더 무거워졌다” 기사 그래프

그러나 삼성전자 매출액으로 우리나라 GDP가 14%나 오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매출액과 GDP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규모를 짐작하게끔 비교는 할 수는 있지만, 그 비중을 구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GDP 대비 14%”라는 제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GDP 대비 비중’이라는 기사 내용과 그래프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일단 GDP(국내총생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 GDP는 약 2000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2000조원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합이 2000조원이라는 뜻이다. 내가 2000원어치 밀가루와 1000원어치 버터로 빵을 만들어서 1만원에 판다면 나의 부가가치는 1만원이 아니라 7000원이다. 내가 만든 부가가치 7000원과 우리나라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만든 부가가치를 다 합쳤더니 GDP가 2000조원이 되었다는 얘기다. GDP는 매출합계가 아니라 부가가치합이다.

작년 삼성전자 매출액은 약 280조원이다. 여기에 매출원가 166조원을 제외한 수치가 부가가치와 비슷하다. 약 113조원이다. 결국 우리나라 GDP 대비 삼성전자 부가가치 비중은 약 5.7% 다. 연결기준이 아닌 삼성전자 단일 기업의 부가가치는 64조원으로 우리나라 GDP 대비 비중 3.2% 수준이다. 물론 한 기업의 부가가치가 우리나라 GDP의 5.7%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중이 14%는 아니다.

GDP의 개념을 알았으니 이제는 비(比, ratio)와 비중(proportional share)의 차이를 알아보자. 비와 비중은 같은 말일까? 비는 특정 수치의 상대적인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삼성전자 매출액이 280조원이라고 말하면 280조원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GDP와 비교하면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 매출은 “GDP 대비 14%”라는 제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기사 내용과 그래프를 보면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중은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의미한다. 즉, A와 B를 비교할 때, A/B로 나타내는 것은 ‘비’다. 그러나 전체에서 A의 비중을 구하고자 한다면 A/(A+B)로 나타내야 한다. 이것이 A의 비중이다.

GDP와 비의 개념을 알았으니, 왜 삼성전자 매출액은 GDP와 비교한 ‘비’는 구할 수 있지만 ‘비중’을 구할 수 없는지는 명확해졌다.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숫자를 GDP와의 상대적인 차이를 비교해서 그 규모를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한나라의 부채를 GDP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역시 GDP 대비 ‘비중’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약 50%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GDP와 국가부채는 다른 개념이라 비중을 구할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130%나 240%처럼 100%를 초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매출도 우리나라 GDP 대비 100%를 초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매출이 우리나라 GDP의 100%가 되는 날에 “삼성전자 매출액, 우리나라 GDP의 100% 차지” 또는 “삼성전자 매출액 비중이 우리나라 GDP의 100%”라고 기사를 쓰면 대단히 어색하다. 삼성전자 말고 다른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매출은 GDP 84%인데… 고용 영향력은 겨우 10%”라는 기사 제목이 틀린 것도 설명해 준다. 매출이 GDP 대비 84%라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부가가치가 모두 삼성전자처럼 우수하다고 감안을 해도 그 부가가치는 약 30%가량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 전체가 삼성전자처럼 높은 부가가치율을 보이지는 않을 테니 대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대 이하일 테다. 그 20% 이하와 고용영향력 10%를 비교해야 한다.

비교를 할 때는 비교 대상과 같은 단위를 쓰는지 꼭 점검해야 한다. 이는 최근 재벌총수 평균 수명은 76.8세라며 국민 기대수명인 83.5세보다 낮은 수치라는 기사가 어색한 이유이기도 하다. 명지대 김두얼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총수들의 사망한 연도는 1960년대부터 2022년까지다. 그동안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상승했는데 이를 2022년 기대사망률과 비교했다. 또한, 기사의 언급된 총수는 모두 남자인데 이를 우리나라 남녀를 포함한 기대사망률과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평균사망률과 기대사망률은 다른 개념이다.

삼성전자를 지나치게 띄워준 기사, 지나치게 비판한 기사, 총수의 고난을 과장한 기사(?) 모두 비교대상과 다른 단위를 써서 잘못된 예다.

▲ 조선일보 3월3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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