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행 중 돌 밟아 배터리팩 파손된 ‘모델3’..분노한 차주들 “부실 하체 당장 보강하라”

주행 중 돌을 밝고 냉각수관이 파손된 테슬라 ‘모델3’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제보자 제공
 

미국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의 ‘모델3’의 운전자가 돌을 밟는 사고로 거액의 수리비를 떠안게 됐다.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테슬라 차주는 먼저 수리비 전액을 내고, 나중에 보험사에서 보상받는 구조라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이에 사고 차주를 비롯한 테슬라 운전자들은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차량의 부실한 설계·제작을 인정하고, 리콜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세계일보와 만난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비포장도로를 시속 약 20㎞로 서행하던 중 돌을 밟아 차량 하부에 있는 베터리팩 냉각수관이 파손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냉각수가 유출돼 더는 주행할 수 없었고, 결국 견인차에 끌려 정비소로 옮겨졌다.

냉각수관 파손 사고를 당한 테슬라 ‘모델3’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 속 돌(빨간 원)을 밟아 배터리 관련 부품이 파손됐다. 제보자 제공
주행 중 돌을 밟아 배터리팩과 연결된 냉각수관이 파손된 테슬라 ‘모델3’에서 냉각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사고 당시 주행 속도는 시속 약 20㎞였다. 제보자 제공
주행 중 돌을 밟은 테슬라 ‘모델3’의 파손 부위. 수리비로 1850만원이 발생했다. 제보자 제공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테슬라 모델3는 이 같은 사고에 취약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와 전기차 전문가에 따르면 모델3는 주행 중 과열되는 배터리팩을 냉각수관과 연결해 식히도록 설계돼있는데, 연결 부위가 그대로 노출돼 이 같은 사고에 취약하다.

더 큰 문제는 냉각수관 교체로 수리가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이번 사고로 냉각수관과 배터리팩을 연결하는 부분이 튄 돌로 파손됐는데, 배터리팩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수리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A씨 거주지인 대구의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할 수 없어 차량은 경기도 용인 서비스센터로 옮겨졌다.

더구나 테슬라 측은 애초 “보유 중인 부품이 없다”며 수리에 걸리는 예상 기간을 최소 4개월에서 6개월 정도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앞서 세계일보의 관련 보도 후 돌연 “관련 부품을 보유하고 있어 수리에 약 2주가 소요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A씨는 전했다.

다행인지 우연인지 서비스센터에 입고됐을 당시 없다고 하던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과속을 하다 돌을 밟은 것도 아니고 서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185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가 발생했다”고 넋두리를 했다.

이어 “보험 처리를 하려고 해도 일반 차량과 달라 사비로 수리비를 선지급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차를 반년 가까이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사고가 기사로 공론화된 뒤 수리 예상기간이 줄었지만, 모델3의 부실한 하체(하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운이 없어 발생한 사고는 아니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다른 자동차 메이커는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량 하부가 보강돼있다”며 “다른 모델 운전자들도 모델3의 부실한 하부 설계를 문제로 지적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A씨의 지적에 다른 테슬라 차주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테슬라 공식 동호회’ 회장 B씨는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고 전했다.

동호회에 알려진 유사 사례가 3건 더 있었다고 한다. A씨처럼 모두 주행 중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을 밟고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이 파손된 사례라는 게 B씨의 전언이다.

B씨와 동호회원들은 이런 문제가 모델3의 부실한 하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팩과 이를 연결하는 각종 부품이 고스란히 노출돼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달리 다른 완성차 업체의 차량과 테슬라 고급형 모델에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중 보강재’(부품 명칭은 다를 수 있음·일부 구성품의 표면을 강화하고 경화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금속판)가 설치돼 있다면서 모델3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만든 전기차에는 하부를 보호하는 부품이 달려있어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3 동호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는 B씨는 “소비자 모임으로서 하부 보강 등 우리의 요구에 테슬라코리아가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최대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모델3 운전자가 겪고 있는 불안감의 해소”라며 “테슬라코리아는 이 같은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테슬라 차량은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리 시 오래 대기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 탓에 몇몇 보험사들은 테슬라 수리 센터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결국 차주가 먼저 수리비를 납부한 뒤에 보험사에 청구하는 불편한 일 또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문제가 된 메인배터리 냉각수 커넥터 문제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차량에 가드를 설치하지 않은 탓”이라며 “모델3를 구매한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테슬라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불편과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멈추고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