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도권·대구 선거 ‘윤·명·박心’ 빅매치되나

[경향신문]
지방선거 유례없는 내홍…설전에 성명서까지

지난해 11월 3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창당준비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유례없는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설전(舌戰)은 선을 넘나들며 위태위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송영길 전 대표의 오판은 자칫 민주당 전체를 오만과 ‘내로남불’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4월 6일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 13인’ 명의로 나온 성명서다. 성명서는 참여 국회의원 13인의 명단을 붙여놨다. 표현도 강경하다.

“대선 패배를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포장하고, ‘인물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건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민주주의4.0연구원은 2020년 11월 결성된 대표적인 친문의원단체다.

연구원 측이 밝힌 현 이사는 15명. 회원으로 의원 60여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전체 이사 명단이나 구체적인 회원명단은 비공개다.

이 단체가 출범할 당시 이사 및 감사 명단과 비교해보면 이번 성명에서 빠진 인사는 박주민·전해철·황희다. 현재 장관을 맡고 있는 전해철·황희를 제외하면(연구원 측은 4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은 “장관직을 맡으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임명 당시 탈퇴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이사 두사람 중 한명은 박주민 의원이다.

박 의원의 불참은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고민 중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4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젊고 더 새로운 서울시를 만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집단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또 한명의 인사는 누구일까.

■“송영길 출마 반대” 꼬리 잇는 파장

송영길 출마 반대 성명에 실명으로 이름을 올린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정세균 또는 이낙연 지지 입장에 선 의원들이 대다수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의원도 4월 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개인의 목적이 논리와 주장으로 포장된다 하더라도 전체를 흔들면 사적인 욕망”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민석(4일)·우상호 의원 등도 강도 높게 송 전 대표의 출마계획을 비판한 바 있다(김 의원은 4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송영길 출마 포함해 모든 현안을 끝장토론하자”고 재차 제의했다).

송 전 대표가 출마 선언(4월 1일)한 하루 전인 3월 31일에는 남인순 의원의 제안으로 모인 서울지역 의원 20여명이 논의 끝에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한 바도 있다.

문제는 송 전 대표의 출마 결심이 오롯이 혼자만의 결심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대표 사퇴 이후 송 전 대표는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 중이었다. 3월 29일,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경북 영천 팔공산의 은혜사에 머무르던 송 전 대표를 찾았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대선 시기 부상한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 그룹 ‘7인회’의 좌장이고 김남국 의원은 멤버다.

양측 모두 부인하지만 선당후사(先黨後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재명 후보의 생각, 이른바 ‘명심(明心)’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에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함께하기로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내는 한편,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선거에는 송 전 대표와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서서 희생하는, 그렇게 해서 지더라도 명분 있게 지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설마 뺄셈정치를 하겠느냐.”

지난 4월 5일 통화한 염태영 경기도지사 후보 측 관계자의 말이다. 이른바 ‘명심’이 ‘서울-송영길, 경기-김동연’ 양날개론을 미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주변 관측에 대한 답이다. 이 인사 역시 송영길·김동연 빅매치 구상엔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경기·인천, 즉 수도권 민심은 생활권역도 그렇지만 사실상 하나다. 서울부터 단추를 저렇게 끼우면 그 민심도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출마를 강행하고 있는 송 전 대표의 행보와 이미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으로 결정한다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규칙이 있는데도 아직 당원도 아닌 김동연 대표를 위한 특별배려를 기정사실화하는 건 당을 정리 안 되는 혼돈상태로 몰아넣는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안민석 의원의 출마와 관련해서도 그는 “지방선거를 치르는 의미의 퇴색”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경기도는 여의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여의도정치가 자꾸만 지방선거를 훼손하고 의미를 없애버리려고 한다. 국회의원만이 광역단체장이나 대선후보로 나갈 게 아니라 이재명 고문이 선발로 보여준 것처럼 경기도지사를 당에서 불러 대선후보까지 된 거 아니냐. 이른바 이재명계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시 그걸 뒤집고 있다.”

■민주당 내 대선평가 두가지 관점

그는 이른바 ‘명심’ 논란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내에서)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이 둘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이른바 ‘졌잘싸’의 시각이다. 후보는 아무 문제 없는데 정권과 당이 못해서 졌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후보를 포함해 민주당·문재인 정권의 실패로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 결국 하나의 샘물에서 시냇물이 둘로 갈라진 셈인데, 앞으로 두개의 강으로 갈라질지 아니면 다시 합쳐지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당 주변에서는 이른바 ‘명심’이라는 게 있다면 현재 거론되는 4명의 후보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발행 문제로 대립각을 세운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으로서는 서울·경기 수도권에서 답을 찾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년간의 선거컨설팅 경험이 있는 김성순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선거가 끝나고 18만 ‘개딸’ 당원들이 들어왔다고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이건 그냥 후폭풍에 불과하다. 대선 끝나고 아쉬운 사람끼리 모이는 거다. 자연스러운 반향(echo)이다. 이른바 ‘졌잘싸’라고 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0.73% 졌으니 조금만 더 했으면 이겼을 것’이라는 거다. 명백한 헛소리다. 간단하다. 졌다. 진 것은 진 것일 뿐이다. ‘더 잘하면 이길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왜 졌는지를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이 잘못해 진 것을 ‘열심히 안 한 누구 때문’으로 돌리는 책임전가 논리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자에 대한 면접이 4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경기지사에 공천 신청한 김은혜 의원이 면접을 마치고 나오며 유승민 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만의 상황이 아니다.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이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도 불거졌다.

“저는 김 의원이 윤심이 아니고 그냥 김심(金心)이기를 바란다.” 4월 7일 YTN라디오에 출연한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심(윤석열 마음), 명심(이재명 마음) 이런 게 아니라 경기도민들의 민심 아니겠나.”

그는 이른바 ‘윤심’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이 미는 특정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후보 입장에서야 윤심을 팔고 싶을지는 모르지만, 곧 대통령에 취임하실 분이다. 대통령은 공천이나 선거 개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은혜 의원은 이른바 윤심 논란과 관련해 “윤심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면서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지난 대선과 최근 인수위까지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내가 중앙정부의 협조를 받아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유승민 견제…유영하 출사표

역시 지난 대선 경선주자로 참여했던 홍준표 전 의원이 출마한 대구에서는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이 한창이다.

당초 홍준표·김재원 양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던 대구시장 선거는 4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변호사였던 유영하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구도가 복잡해졌다. 유 변호사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며 자신의 출마에 ‘박심’이 실려 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월 8일 공개된 유영하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출연영상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 후보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라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 한 꿈들을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을 신청했다. 경선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국민의힘 내 과거 친박세력의 좌장격인 김재원 전 의원과 ‘박심’이 어디에 있냐를 두고 본격적인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경기도지사 캠프 인사 A씨는 “경기도지사 경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룰’을 두고 지사 후보로 출마한 민주당의 네 후보가 각양각색으로 싸우는 것 같지만 핵심은 지방선거를 넘어 8월 당권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샅바싸움에 가깝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기도지사 경선룰과 관련해 조정식 의원은 100% 국민경선 방식을 제안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대선 후 입당한 수십만 당원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당권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같이 후보에 나선 김동연 대표를 배려한 주장이지만 이어질 8월 당권선거에서 이재명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주장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는 이른바 ‘윤심’ 논란 관련해서도 “지방선거 이후 여론지형을 고려하면 ‘유승민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이라는 가능성이 동시에 성사될 경우 윤석열의 입장에서도 정치가 만만하지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자신과 거의 동급이었던 김근태·정동영을 제어하지 못해 고생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컨설턴트인 박신용철 더 체인지플랜 상임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송영길 전 대표가 출마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다른 의원들이 끝까지 반대·비토하는 모양새가 지속되면 본선거에서 후보가 되더라도 문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의 전 대표가 경선에 나섰는데 막상 경선에서 혹시나 진다면 당 기율이나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윤심 논란도 그 주체가 윤석열 본인일지 아니면 이른바 ‘윤핵관’일지는 알 수 없지만,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유승민은 지난 대선에서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았고, 자신의 편도 아니었으니 자연스레 김은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갈 것”이라며 “홍준표도 대선 경선을 마지막으로 낙향해 정치적인 마음의 고향인 대구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건데, 당선인 주변에서 교통정리되는 걸 보면 그게 싫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의 경우 하나 더해진 변수가 이른바 ‘박심’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선언이 대구 시민들의 표심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4월 8일 유 후보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유영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영하TV 캡처

박신용철 위원은 “이른바 윤심·명심은 적어도 경선 때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후보자가 확정된 본선 때는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각 당 후보자들이 적극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승패에 따라 이기는 쪽이 향후 당대표 선거 등의 일을 도모하는 데 유리해질 거다. 반면 힘을 실었는데도 진다면? 후일을 도모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1% 미만 승부로 갈린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 될 수밖에 없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김은혜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기도지사 선거를 준비해왔는데 최근까지 인수위 대변인을 맡으면서 윤 당선인보다 언론에 많이 나와 국민적 인지도가 높아졌을 것”이라며 “대선후보 유승민과 윤석열 측근 김은혜의 경선은 본선에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이나 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방선거에 이른바 윤심·명심 낙점 논란이 일면서 지방선거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권력을 가진 쪽에서 차기 주자들을 견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뒷조사를 해서 감옥에 보내는 게 아닌 이상 본인 스스로 정치력을 키워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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