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조직, 다시 외교부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연합뉴스

통상 조직이 ‘산업’과 ‘외교’ 쪽을 오가다가 지금처럼 산업 담당 부처로 들어온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이었다. 산업계 사정을 잘 아는 부처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통상교섭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아래로 묶였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외교에서 산업 쪽으로, 김대중 정부 출범 뒤인 1998년 외교 부처로 다시 이관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통상 조직을 외교부로 돌리는 방안은 검토 끝에 무산됐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조직 배속 문제가 물밑에서 거론되고, 22일엔 공개 토론회의 의제로까지 올랐다. 이 자리에선 현 체제 유지 쪽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신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움’에서 발제를 밭은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통상정책이 공급망, 기술 동맹, 디지털 전환 같은 비전통 통상 이슈들과 긴밀히 연계되며 조직 측면에서 산업통상형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들이 통상정책을 ‘글로벌 산업정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기술과 자원 및 환경과 연계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통상정책을 두고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또 다른 산업적 측면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국의 통상 조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강국은 산업통상형 조직을, 자원·농업 부국은 외교통상형을 채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신정부도 산업, 안보, 기술, 에너지 등 복합적 통상체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할 것”과 아울러 “가치 지향적 통상정책, 태평양 중시 통상정책, 글로벌 핵심 중견국가(G10) 달성을 위한 포괄적 대외경제 비전 마련”을 주문했다.

외교부는 통상 기능을 다시 예전대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쪽이다. 외교와 통상 기능이 분리돼 국제 이슈에 대응하는 데 불리하다는 이유를 든다. 공급망, 첨단기술 같은 경제 문제가 안보·국제정치 논리와 맞물리고 통상 교섭이 핵심 외교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외교부는 윤석열 당선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통상 조직 개편의 의견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조직의 편제를 두고는 부처 간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려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고 전문가들 의견도 다르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산업을 기반으로 삼아 업계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통상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여서 나라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외교관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결국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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