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초읽기..”내 코인, 발 묶일까” 투자자 혼란

오는 3월 25일 가상자산 거래소간 신원이 불명확한 암호화폐 입출금을 제한하는 ‘트래블룰’이 시행된다. 하지만 각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업비트 제공)
암호화폐(코인)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트래블룰’이 오는 3월 25일 본격 시행된다. 트래블룰이 적용되면 코인 투자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개인 크립토 지갑(암호화폐 지갑)으로 곧장 옮기지 못하게 된다.

트래블룰 시행까지 일주일도 채 남겨두고 있지 않지만 금융위원회와 가상자산 거래소는 여태껏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내놓지 않고 있어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래블룰이란 쉽게 말해 ‘코인이 어디서 들어오고 또 어디로 나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규칙을 말한다. 불법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테러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 따라 3월 25일부터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에 적용된다. 거래소는 코인을 보내는 이(송신인)와 받는 이(수취인)의 정보를 파악하고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신원 확인이 안 된 코인 입출금은 제한된다.

원활한 입출금을 위해서는 거래소끼리 협업이 필수다. 송신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시스템이 ‘트래블룰 솔루션’이다. 동일한 솔루션을 쓰는 국내 거래소끼리는 입출금에 제한이 없다.

문제는 현재, 같은 트래블룰 솔루션을 쓰는 진영이 양분돼 있다는 점이다. 빗썸·코인원·코빗은 3사의 합작법인 ‘코드(CODE)’에서 만든 솔루션을, 업비트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 솔루션을 도입했다. 코드와 베리파이바스프 양 사가 최근 두 솔루션을 연동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상황이지만 당장 25일 전까지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더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개인 크립토 지갑’으로의 입출금이다. 크립토 지갑은 특성상 신원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지갑이 많기 때문에, 트래블룰 시행 이후 입출금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NFT와 디파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립토 지갑 입출금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 투자자 불만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은 이미 1월부터 내부 방침에 따라 크립토 지갑으로 입출금을 막아왔다. 4대 거래소 중에서는 업비트와 코빗에서 지갑 입출금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25일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중론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트래블룰 시행 이후 외부 지갑 입출금에 대해서는 아직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전까지 별도 공지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코빗 관계자 역시 “현재 투자자들에게 ‘외부 지갑주소 사전등록 신청’을 받고 있다. 등록이 완료되면 외부 지갑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입출금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무래도 심사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25일 이후 일부 투자자는 입출금에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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