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이 안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진하는 역사문화자원 개발이 결실을 맺고 있다. 사업의 첫 단추인 해동사 애국탐방로는 이달 중 완공된다.
● 안중근 의사 선양사업 탄력
장흥군은 총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안 의사 역사문화자원 개발 사업을 내년까지 마무리한다. 2만1000m² 터에 애국탐방로, 추모역사관, 추모공원, 주차장, 소공원 등을 조성하는 메모리얼 파크 사업이다.
애국탐방로는 마을에서 해동사에 이르는 800m 길이다. 폭 4∼5m였던 농로를 11m로 넓혀 왕복 2차로로 포장했다. 이달 26일 봉행하는 안 의사 112주기 추모제 전에 완공한다. 해동사 앞 주차장도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35대가 주차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추모역사관은 내년 6월 주차장 아래쪽에 개관할 예정이다. 안 의사가 활동했던 당시의 배경을 반영한 건축물에 독립투쟁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등 실감 콘텐츠로 내부를 채운다. 추모공원은 안 의사의 생애와 업적을 보여주는 시설물로 조성한다.
박승아 장흥군 관광개발팀 주무관은 “해동사가 안 의사를 모시는 국내 하나뿐인 사당이자 국내 최초 기념시설이라는 점에서 항일 역사교육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장흥에 들어설 기차역을 ‘하얼빈 역’으로 이름 짓는 등의 선양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열리는 안 의사 순국 112주기 추모제는 전통 제례를 시작으로 안 의사 유언 낭독, 분향 참배, 추모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된다. 연극단원들이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안 의사를 기리는 나라사랑 연날리기 행사가 이날 해동사와 탐진강변 등 전국 5곳에서 열린다.
● 나라사랑 정신 배우는 교육 공간
황해도 해주 출신인 안 의사의 위패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장흥에 모셔진 것은 1955년이다. 죽산 안씨 가문의 유림 안홍천 선생(1895∼1994)이 안 의사 제사를 지내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중을 설득했다. 순흥 안씨인 안 의사와 본관은 다르나 안 의사의 사당을 건립하고 제를 지내기로 했다. 안 선생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문중의 뜻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흔쾌히 ‘해동명월(海東明月)’이라는 친필 휘호를 써줬다. 휘호는 해동사 현판으로 걸려 있다.
그해 10월 27일 안 의사의 딸 현생 씨(1902∼1959)와 5촌 조카 춘생 씨(1912∼2011)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위패 봉안식에 전국 각지에서 1만여 명이 찾아 안 의사의 구국 혼을 기렸다.
해동사는 죽산 안씨 문중 사당인 만수사(萬壽祠) 아래에 따로 있다. 안 의사 90주기였던 2000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한 칸짜리였던 건물이 세 칸으로 넓어졌고 2017년 국가보훈처의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안원섭 죽산 안씨 제학공파 사인공종회 사무국장(67)은 “해동사를 안 의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는 충의교육장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장흥에는 안 의사를 기리는 동상도 있다. 안 의사 100주기인 2010년 해동사에서 34km 떨어진 관산읍 정남진 공원에 높이 4m의 안 의사 동상이 세워졌다. 정남진(正南津)이란 서울 광화문의 정남쪽에 있는 나루라는 의미다. 우연치 않게 안 의사의 거사가 성공한 하얼빈 역시 거의 같은 경도상에 위치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