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한령 풀리나..한·중 관계 회복 ‘분수령’

[한국경제TV 신선미 기자·박승완 기자]
<앵커> 지난 2016년이죠.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내린지 6년 만에 한·중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다시 방영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주들이 들썩이기도 했는데요.

14억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요? 한·중 관계 정상화 가능성과 관련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한한령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고요?

<기자>

네, 6년 만인데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또 오해영` 등 한국 드라마 3편이 이번 달부터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Bilibili)에서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방영 이틀 만에 조회 수 200만 회를 넘어서면서 비리비리 드라마 인기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요.

앞서 `사임당 빛의 일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까지 방영되면서 올해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5편으로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중국 내에 방영될 한국 콘텐츠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미 방영된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이 현재 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네요.

게임 쪽은 어떤가요?

<기자>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임박했습니다.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 이용자 테스트 모집 중인데요.

앱스토어에 표기된 게임 예상 출시일은 다음달 27일입니다.

게임과 드라마로 중국 빗장이 열리고 있는 셈인데,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면서 한중 문화 교류의 해(2021~2022년)라는 점에서 한한령 완화 혹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옵니다.

<앵커>

하지만 사드 사태가 해결 안 된 상황에서 한한령 해제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윤석열 당선인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으로 새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죠?

<기자>

공약이 현실화되면 한중 관계는 다시 악화되겠죠.

사드 배치 당시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라는 단어를 쓴 적도 인정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이 퇴출당하고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막히는 등 여러 가지 제한이 생겼는데요.

박승완 기자가 당시 중국의 보복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상당수 가게들이 이처럼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과거 관광객들로 붐볐던 이곳 명동은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입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내립니다.

드라마나 게임 등 한국산 콘텐츠의 유통을 금지시키고,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나는가 하면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도 뚝 끊겼습니다.

실제로 2016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중국 관광객은 사드 배치 이전과 비교해 65.3% 급감했습니다. 명수로 따지면 898만 9천 명이나 줄었습니다.

중국 관광객 한 명이 한국에서 평균 2,079달러를 쓴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관광 손실만 19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1조 원이 넘습니다.(21조 1천억 원, 2018년 평균 환율 1,100원 적용)

항공, 자동차, 타이어 등 기타 업종으로 넓히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김한권 / 국립외교원 교수 : 한한령이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했고 이로 인해서 한국의 여행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들이 피해를 받은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으로는 롯데그룹이 꼽힙니다.

경북 성주군의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면서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겁니다.

중국 내 사업장이 세무조사를 받는가 하면 영업 중단에 불매운동까지 겪으며 중국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합니다.

현지 매장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롯데쇼핑의 당기순손실은 2019년 기준 8,165억 원까지 늘어납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음에도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부인하며 `양국 간 관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드 배치로 기업들은 악영향을 입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군요.

하지만 윤 당선인은 사드 공약도 있었지만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사드 배치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되나요?

<기자>

네, 그런 점에서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은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죠.

때문에 기업 입장을 반영한다면 한중 관계에 민감한 사안은 신중히 결정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양갑용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습니다. 공약 이행에 대한 딜레마가 있겠지만 이는 국내 정치적으로 풀어야합니다.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불가피하게 피해를 감수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외교적인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단 점에서 깊게 고려해야 합니다.]

설령 배치된다고 해도 앞으로 5~6년 후가 될 텐데요.

이때는 북한 방어, 자주국방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한국은 수출경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는데요.

이를 위해선 새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요?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한국 젊은이들 모두 상대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란 점입니다.

때문에 상호간의 이해를 위한 역사교육과 함께 공식적인 교류 외에도 다양한 비공식적인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인데요.

더불어 우리의 입장을 중국에 명확히 알리고 협상하는 한편, 국익이 부딪힐 경우 다자외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입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김한권 /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교수 : 지금보다는 다자외교를 활용해야 합니다. 중국과의 종합국력에 차이가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은 양자외교에서도 논의하겠지만 국익이 중국과 부딪힌다면 다자외교 무대에서 풀어나가는…]

<앵커>

14억 명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면 큰 기회가 될 것임은 틀림없죠.

여기서 관련주도 짚어봐야겠습니다.

<기자>

먼저,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주가부터 보면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5~17% 가량 상승했는데요.(에이스토리, 키이스트,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 때문입니다.

사드 사태 전 중국 내 한국드라마는 한 편당 30만~35만달러, 우리돈 약 4억3000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시장이 열리면 큰 기회죠.

아울러 글로벌 OTT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미디어 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추가 증편을 통해 각각 최소 25편, 20편의 국내 방송물을 편성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 소식도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 주가는 지난달 중순 하루 만에 9% 급등하며 기대감을 증명하기도 했죠.

<기자>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펄어비스는 실적 개선까지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초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 이후 대형 신작이 없어 연매출이 계속 감소했는데요.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내 증권가는 일 매출이 3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게임업계 분위기를 다시 뒤흔들 수 있는 만큼 검은사막 모바일의 성공 여부는 중요한데요.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55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입니다. 국내 게임시장(약 20조 원) 규모의 3배에 가깝습니다.

<앵커>

화장품과 면세업계는 어떤가요?

<기자>

기대감보다는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뷰티업계는 과거에 비해 중국 시장 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데요.

사드 추가 배치 등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업계가 크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면세업 또한 한한령 해제를 섣불리 판단할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요.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온다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됩니다.

<앵커>

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신선미 기자·박승완 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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