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시설공단의 ‘이상한 인사’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던 50대 여성 A 씨는 울산시설공단이 지난달 7일 단행한 인사에서 타 부서로 발령이 났다. 지난해 9월 암 수술을 받은 A 씨는 “근무 환경의 변화는 암 재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한 환자다”라며 현 부서에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단 측에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울산대공원 안내직 B 씨도 비슷한 경우다. 임신 후기인 B 씨는 태아와 산모 건강을 위해 현 부서에 그대로 근무하기를 희망했지만 동천국민체육센터로 파견 발령이 났다.

울산시설공단 류효주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인사는 인사권의 횡포”라고 주장하며 7일부터 울산시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는 노조 명의로 ‘부당전보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냈다.

시설공단은 노조에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하여 부서의 특성, 개인별 능력을 고려한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라는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인사발령에 반발하며 질병휴가를 냈다. B 씨도 인사 발령 직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개인별 능력과 적재적소 인력배치’라는 시설공단의 설명이 무색한 대목이다.

울산시설공단은 지난달 전체 직원 430명 가운데 13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전보 인사는 A 씨 등 총 105명. 노조 측은 “단체협약에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순환보직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전보된 인사 36명(34.3%)이 1년 이하”라며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준비 직원들도 전보됐다. 메인 경기장으로 사용될 울산종합운동장 증축 공사의 건축과 기계, 통신 담당과 문수수영장 리모델링 공사의 건축, 기계 담당 직원들이 타 부서로 전출돼 체전 준비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심지어 지난해 노조 측 단체협약 실무교섭위원이었던 직원을 조직인사팀 노무 담당으로 발령했다. 노조 측은 “불과 6개월 전 노조 집행부를 사측 노무담당으로 발령해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인사권은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제도 내에서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무자비한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시설공단 측은 “직원들의 요구를 모두 인사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측이 외부에 호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울산시설공단은 울산대공원과 울산하늘공원 등 공원과 스포츠, 문화시설 등 20여 개 시설을 관리하는 울산시의 공기업 가운데 최대 조직이다. 인사권은 사측 고유의 경영권이다. 하지만 노조가 지난달 10일부터 5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7%가 이번 인사가 부당하다고 응답했을 정도라면 제대로 된 인사라 볼 수만은 없다.

울산시의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시설공단답게 성숙한 노사관계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정재락 부울경취재본부장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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