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비대위’ 반발 속출 .. 與, 내홍 격화 조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해 내부 불만이 속출하면서 혼란이 지속됐다. 대통령 선거 패배 직후 잠잠했던 반발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윤 위원장이 이번 주 안에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초·재선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재선 의원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 본 적 없이 정치를 해 왔고 의원들 의견을 잘 수렴해서 ‘쿨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당내에서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70여일밖에 남지 않아서 당무 경험이 풍부한 윤 위원장을 중심으로 수습하자는 의견과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로 갈린 상태다. 윤 위원장은 6·1 지방선거가 임박했다는 명분으로 직접 비대위를 지휘하면서 비대위원을 구성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이 작지 않은 원내대표였던 윤 위원장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의 적절성 문제를 제기한다.

통상 선거 패배 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다음 비대위원장에게 권한을 넘겨주기 전까지만 직을 유지한다. 그런데 관례를 벗어나 기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다음 선거를 지휘하려 하자 내부에서 김두관 의원을 필두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윤 위원장 등이 ‘일방통행’ 하자 반발심이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현 비대위 체제에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이 좀 더 많았다”며 “불만이 나오는데 이를 뭉개려고만 해서 의원들이 감정이 꽤 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비대위의 정통성 문제도 나왔다. 비대위 구성과 임기에 대해 중앙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 고 대변인은 “윤 위원장이 조속히 중앙위를 개최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뉴시스
비대위원과 ‘친문 인사’들 간 갈등도 격화됐다. 바른미래당 출신 채이배 비대위원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윤건영·고민정 의원 등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5명은 이날 강한 유감을 표하며 채 비대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가.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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