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점원에서 바리스타까지..체험하며 적성 찾는다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가보니

서울남부발달장애인고용센터에서 스팀세차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일 오전 카트와 진열대, 계산대 등 실제 마트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직업체험관에서 체험교사가 여섯명의 발달장애인 앞에 섰다.

“자, 두명씩 짝을 지어서 한명은 고객 역할, 한명은 직원 역할을 맡아봅시다. 고객은 카트를 끌고 마트에 들어오고 직원은 입구에서 ‘어서 오세요, ○○마트입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교사의 지시대로 훈련생들은 두명씩 짝을 이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객은 진열대에서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10개 정도 카트에 담으세요. 과자나 생활용품 등 아무것이나 원하는 대로 골라 담으면 되고, 점원은 옆에서 고객이 물어보는 게 있으면 친절하게 대답해주세요.”

카트에 물건이 가득 담기자 이들은 계산대로 옮겨갔다. “계산대에 손님이 오면, ‘안녕하세요? 계산 도와드릴게요’라고 인사를 하고 계산을 시작합니다.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포스 기계에 가격이 맞게 찍혔는지 확인하고 다음 물건을 찍습니다. 혹시 바코드가 잘 찍히지 않으면 바코드를 조금 더 멀리 해서 찍으면 찍힌답니다.”

훈련생들은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역할을 바꿔가며 찬찬히 수행해냈다. 체험교사는 “다들 술술 잘하시네요”라며 칭찬했다.

이곳은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의 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센터는 요양원, 도서관, 커피숍, 의류 매장, 마트 등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해놓은 체험관 10곳을 갖추고 발달장애인의 직업체험을 돕는다. 브이아르(VR) 직업체험관에서는 가상 및 증강 현실을 통해 스팀세차와 바리스타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달장애인의 인지적 특성과 감각 민감성에 맞춘 가상 직업체험 콘텐츠를 개발·지원해 다양한 체험이 실제처럼 가능하다.

이날 요양보조 체험관에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침상을 정리하는 법과 환자복을 수거해서 세탁실에 가져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훈련생들은 요양보호사 옷을 입고 직접 침상도 정리해보고 환자복들을 하나씩 다 개켜서 수거함에 넣는 수업을 받았다. 브이아르 직업체험관에서는 훈련생들이 스팀세차 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헤드셋을 끼고 자동차 문짝에 스팀건을 갖다 대면 훈련생의 작업에 대해 ‘스팀건이 너무 가깝다’ ‘스팀건이 너무 멀리 있다’ 등의 인공지능 코멘트가 나왔다. 세차가 끝난 뒤에 화면에선 세차 실력에 대한 평가 점수와 함께 세차가 덜 되고 부족한 점도 알려줬다.

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요양원 직업체험을 하는 모습.

이날 요양원 직업체험을 받은 안의정(20)씨는 “그간 마트 직원, 사무보조 업무 등을 배웠는데 아직은 적성을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체험도 하면서 찾고 싶다”고 말했다. 곽동익(27)씨는 “이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바리스타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알게 되어 바라스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스팀세차 직업체험을 한 이다경(21)씨는 “스팀세차를 두번째 배웠는데 처음에 비해 실력이 확 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렇게 직업체험관을 갖추고 있는 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에 19곳이 있다. 각 센터들은 바리스타, 사서보조, 사무행정보조, 요양보조, 유통서비스, 외식서비스, 매장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훈련센터 1곳당 평균 10개의 체험관이 구축되어 있다. 센터마다 갖추고 있는 직업체험관은 지역의 산업 특성을 반영해 약간씩 다를 수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직무는 바리스타, 편의점 점원, 사무보조 등이라서 많은 센터들이 이를 갖추고 있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프로그램은 크게 ‘직업체험’과 ‘직업훈련’으로 나뉜다. 직업체험은 특수학교(급) 고1∼고3 발달장애인 학생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4∼20시간가량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직업 흥미와 적성을 찾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직업훈련은 만 15살 이상 발달장애인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1∼6개월 동안 직업훈련을 하면서 자기관리와 직장예절, 생활경제와 산업안전도 교육시킨다. 박중석 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은 “실제 일터와 유사하게 구성된 체험관에서 직업체험을 통해 참여자 스스로 직업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직업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체험은 센터에 신청을 하면 받을 수 있고, 직업훈련 과정을 밟으려면 평가와 면접 등을 통과해 훈련생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교육훈련비용은 전액 무료(국비)이며 훈련 교재 및 식사, 교통비도 지원된다. 취업 알선과 취업 뒤 성공적인 적응을 돕는 사후 지도도 받는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5.6%에 이른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직업체험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장애 학생을 위해 ‘슬기로운’ 직무체험 영상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는 사서보조, 의류 판매, 편의점 스태프, 외식서비스, 제과제빵, 사무환경, 면접 준비 등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업장을 옮겨놓은 듯한 직업체험관에서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영상이다. 영상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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