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7형 성공” 주장.. 軍 “화성-15형 탄두 줄여 발사 가능성”

북한은 25일 전날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종이 신형인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며 ‘괴물 ICBM’ 개발 성공을 공식화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화성-17형을 1년 5개월 만에 고각발사하며 그 성능까지 입증한 것이다. 이번 화성-17형은 2017년 발사된 ICBM인 화성-15형보다 월등한 성능을 과시했다. 북한의 ICBM 기술이 미 본토를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 진화 수순까지 밟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성-15형보다 추력 2배 향상…탄두부는 다탄두 형상

25일 북한 관영매체들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전날 발사된 화성-17형이 고도 6248㎞까지 상승한 뒤 1090㎞를 68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우리 군 당국이 밝힌 탐지정보(6200㎞·1080㎞·70분)와 유사했다. 2017년 발사된 화성-15형보다 고도는 1770㎞가량, 비행거리는 140㎞가량 늘어난 것. 미사일 길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23~24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은 2020년 첫 공개 당시 선보인 11축 22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됐다.

3단으로 구성된 화성-17형은 1단 엔진에 백두산엔진 4기(2쌍)를 탑재해 추력을 화성-15형보다 크게 향상시켰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5형은 백두산엔진 2기를 탑재해 160tf(톤포스·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였다”면서 “이번 ICBM은 추력이 그 2배가량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 위협적이 건 추력 향상으로 탄두중량을 늘리면서도 미 본토 전역을 타격 가능한 사거리까지 과시했다는 점이다. 화성-17형은 탄두부도 핵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MIRV) 형상으로 제작됐다.

다만 탄두가 각각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정밀 유도하는 후추진체(PBV)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한 검증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다탄두 역량은 완전한 PBV 기술이 적용돼야 평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각 발사로는 PBV 기술검증이 어려운 만큼 북한이 향후 다탄두 탑재 및 재진입 기술검증을 위해 최대사거리로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에 ICBM을 낙하시크는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괴물 ICBM 아닌 화성-15형 개량형 가능성도

다만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화성-17형 성공을 주장한 공개보도 이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는 24일 발사한 ICBM이 신형이 아닌 화성-15형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5형 개량형이거나 탄두중량만 줄여서 사거리, 고도 등을 향상시킨 것일 수 있다는 것. 실제 미 정찰위성에도 발사 당일 순안비행장 일대에선 화성-15형 동체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화성-15형을 쐈을 경우 25일 공개한 사진 속 미사일은 앞서 16일 발사에 실패한 화성-17형일 수도 있다. 당시 미사일은 20㎞ 미만 상공에서 공중폭발했다.

24일 오후 2시 34분경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당시 평양 상공은 구름이 많고 흐렸지만 25일 공개된 사진 속 날씨가 맑다는 점도 북한의 유력한 조작 가능성으로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공개사진에서) 빛이 1시 방향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며 “이는 깨끗한 날씨에서 관측되는 전형적인 아침 빛”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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