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마이너리티”..대면 출근이 두려운 미확진 직장인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 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집에 계신 어머니가 기저질환자라 감염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선 대면 출근을 확대하겠대요. 확진자가 몇 십만명씩 나오는데….”

IT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장인 조모(28)씨는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그의 회사가 오는 4월부터 ‘전 사원 대면 출근’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부의 거리두기 등 정책 완화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조씨의 가정 사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방역 지침을 완화하자 조씨의 회사처럼 대면 출근을 늘리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 확진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큰 데, 미확진자들은 “코로나19가 잦아들 때까지 대면 출근을 미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대세다.


“이젠 미확진자가 소수”…확진 완치자보다 대면 껴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선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직장인 방모(27)씨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회사에 가는데 곧 2~3회로 늘어날 것 같다”며 “출근해서 보는 동료들은 꼭 확진된다. 밥은 따로 먹어도 커피는 다 같이 마시는데 감염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윤모(27)씨는 “확진되기 싫어 사적 약속도 안 잡는데 대면 출근을 확대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직장 내 확진·완치자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4인 약속에 나 혼자 미확진인 경우도 있었다”며 “이젠 미확진자가 마이너리티(소수)”라고 했다. 노모(49)씨는 “언제 걸릴까 안 그래도 불안한데 회사에서는 ‘코로나19 면역자’가 많으니 다 같이 대면 출근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대면을 하더라도 확산의 정점이 지나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확진됐다 나아서 걱정 안돼”…대면 선호

완치자들은 코로나19 면역이 형성됐을 거란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낮아보였다. 의류 회사에 다니는 조모(29)씨는 “이미 한 번 걸렸기 때문에 대면 출근이 걱정되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정부 방역 지침 완화 ▶업무 효율성 ▶코로나19에서 완치된 ‘면역자’가 많아진 것을 대면 확대의 이유로 들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는 정부 지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완화 시그널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확진됐다 나은 직원들도 절반 정도로 많아졌고, 임원진 사이에서도 대면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은 대면 회의와 회식 금지 등 기존 사내 방역 지침을 유지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알스퀘어와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625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직장인 근무환경 인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지정좌석 있는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알스퀘어 제공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확산됐지만, 대면 출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알스퀘어와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6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1%가 대면 출근을, 36.9%가 출근·재택 근무가 혼합된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확진자 1000만명…격리시 불안 해소돼야”

23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23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9만881명이며, 누적 확진자는 1044만7247명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뉴스1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2일 오후 1000만명을 넘었다. 국민 5명 중 1명이 감염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직장에 가도 마스크만 잘 끼면 걸릴 위험은 낮다. 지금의 우려는 ‘격리 중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 제때 치료 받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의료 대응 체계를 바꿔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치권이 코로나19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요새는 코로나19보다 청와대 이전 등 다른 이슈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사망자가 하루에도 400명씩 나온다. 현장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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