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영화관 다회용컵 도입 한 달..쓰레기 배출량 20%↓

청주 영화관 다회용컵 회수기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버려지는 일회용 컵 말고 다회용 컵을 이용해 주세요”

지난 15일 충북 청주의 CGV율량점를 찾은 이모(29)씨는 음료 구입을 위해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앞에 섰다가 잠시 당황했다.

마실 음료를 선택하자 화면에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항목이 추가돼서다.

다회용 컵이라고 해서 할인 혜택 등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그는 주저 없이 ‘다회용’ 버튼을 눌렀다.

이씨는 “영화관에서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게 다소 낯설지만, 작게나마 환경운동을 실천한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며 “다른 곳으로도 확대됐으면 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청주지역 일부 영화관의 다회용 컵 사용이 한 달째를 맞으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CGV 율량점 직원은 “이용객 40%가량이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며 “처음 낯설어하던 시민들이 이젠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회용 컵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키오스크에 나타난 다회용 컵 사용 권유 메세지 촬영 천경환 기자

이 지역 영화관 5곳의 다회용 컵 사용은 지난달 17일 시작됐다.

충북도·청주시와 CGV 서문·지웰시티·율량점, 롯데시네마 서청주·용암점이 ‘영화관 일회용 컵 줄이기’ 협약을 하고 다회용 컵 제공에 나선 것이다.

영화관 로비와 출구에는 다회용 컵 회수함도 따로 설치됐다.

이용객들이 이곳에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전문 세척업체가 수거해 고압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 뒤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다회용 컵은 플라스틱 중 인체에 무해하고 가벼운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만들어져 100차례 이상 반복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재활용 컵이 내키지 않는 이용객에게는 사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회용 컵 등장은 곧바로 쓰레기 배출 감소로 이어졌다.

CGV 율량점의 경우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 기준 100ℓ짜리 대형 종량제봉투 10개를 웃돌던 쓰레기 배출량이 8개 안팎으로 줄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매표소 안에는 다회용 컵 100여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 평소 일회용 컵으로 넘쳐나던 쓰레기통은 거의 비어 있었다.

롯데시네마 용암점 역시 쓰레기 배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이 영화관 직원은 “우리는 키오스크 안내 대신 직원들이 일일이 구두로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데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이용객은 거의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재사용 컵을 기피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청주 영화관 다회용 컵 회수기 촬영 천경환 기자

다만 쓰고 난 다회용 컵을 전용 반납함에 내놓지 않고 자리는 뜨는 고객이 적지 않다.

해당 직원은 “영화가 끝난 뒤 관람석 손잡이 등에 컵을 끼워놓고 가거나 컵을 아예 집으로 들고 가는 경우가 적잖다”며 “이런 부분만 개선되면 다회용 컵을 전면 도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한 달 이용실적이나 이용객 반응 등을 모니터링해 개선할 사항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다회용 컵 사용 권장을 위해 가격 할인이나 사이즈 업 등의 혜택 제공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에 적용되는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영화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환경부의 지침을 봐가면서 확대 시행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 영화관 5곳의 다회용 컵 사용은 1년간 지속된다.

청주시는 음식점과 카페 등의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해 올해 말까지 청원구 내덕동에 다회용기 세척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곳은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고 위생적인 세척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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